북한 고위 간부들 사이에서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 경쟁이 점점 과열되는 양상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노동당 최고위급 인사가 공식 행사에서 내복 차림으로 포착되면서, 체제 특유의 과잉 충성 문화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4일 식수절을 맞아 평양 샛별거리에서 열린 나무심기 행사에서 김정은 총비서 곁에서 한 남성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 북한 매체에 공개됐다. 이 인물은 겉옷을 벗어던진 채 살구색 내복 차림으로 작업에 몰두했고, 김정은과 딸 김주애 앞에서 직접 흙을 다지는 모습까지 보였다.
해당 인물은 노동당 선전선동을 총괄하는 리일환 당 비서로, 최근 정치국 상무위원에 발탁된 핵심 권력층이다. 정치국 상무위원은 김정은을 제외하면 극소수만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최고위 권력기구다.
리일환의 이 같은 행동은 단순한 작업 편의성을 넘어 지도자 앞에서의 충성 과시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행사가 러시아 파병군 유족 거주지 조성과 관련된 만큼, 김정은이 각별히 신경 쓰는 사업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의도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충성’으로 본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은 김정은 앞에서 결기와 헌신을 과시하려는 과잉 행동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리일환은 지난해 초 공개 행사 이후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연말에 다시 등장했다. 그 배경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권력 내부에서 입지를 회복하거나 강화할 필요성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같은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김정은 최측근으로 꼽히는 조용원 당 상무위원 역시 2023년 태풍 피해 현장 시찰 당시 양말 차림으로 논에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진흙에 젖은 상태에서도 수행을 이어가며 지도자의 지시를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에서는 최고지도자의 신임을 잃을 경우 정치적 생명은 물론 신변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이 이러한 행태를 부추기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김정은은 공개 석상에서 간부들을 강하게 질책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이처럼 체제 특성상 간부들의 충성 경쟁은 단순한 형식적 행위를 넘어 생존 전략으로 작동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북한 권력층 내부에서 과도한 충성 과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