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군사정권 시기 간첩으로 조작된 사건이 최소 38건, 피해자는 90명에 이르는 것으로 처음 종합 확인됐다.
제주도는 18일 제주대안연구공동체에 의뢰해 수행한 ‘간첩조작 사건 피해 실태조사’ 결과를 담은 종합보고서를 공개했다. 조사는 2022년부터 4년간 진행됐으며, 관련 조례에 따른 전국 최초의 체계적 조사다.
보고서에 따르면 1961년부터 1987년까지 확인된 사건은 총 38건, 피해자는 90명이다. 사건 유형은 일본 방문이나 취업, 재일교포 연고 등 일본 관련 사유가 92.2%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나머지 7.8%는 월북이나 체제 찬양 혐의를 씌운 사례였다.
구체적으로는 일본 밀항 후 송환된 이들, 일본 체류 경험이 있다는 이유, 일본 방문 이력이 없음에도 친인척이 재일단체와 연관됐다는 이유 등으로 간첩 혐의가 조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가운데 75명은 기소돼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고, 12명은 불법 구금과 가혹행위를 겪은 뒤 석방됐다. 3명은 검거 사실만 확인되고 재판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법적 재평가도 진행 중이다. 전체 90명 중 49명은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고, 6명은 재심이 진행 중이다. 일부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피해가 인정됐으나 재심 청구를 하지 않았거나, 증거 부족으로 판단이 유보된 사례도 확인됐다.
주요 사건으로는 1960~70년대 민주민족혁명당 사건, 일본거점 간첩단 사건, 중학생·교직원 간첩단 사건 등이 포함됐다. 1980년대에도 고문 피해를 동반한 간첩 조작 의혹 사건이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단은 “피해자와 가족들은 낙인과 두려움으로 오랜 기간 침묵을 강요받았고 공적 기록도 부족했다”며 “증언과 국가·법원 기록을 병행해 사건을 복원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향후 법적 기반 마련과 함께 피해자 및 유족에 대한 법률·행정·의료 지원, 상담 체계 구축 등을 제안했다.
제주도는 이번 조사 결과를 재심과 진실규명 절차의 기초 자료로 활용하고, 명예회복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