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동대지진 직후 발생한 조선인 학살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1923’이 관객들에게 역사 인식과 현재 사회의 차별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이 작품은 1923년 일본에서 발생한 관동대지진 이후 확산된 유언비어와 집단 폭력 속에서 수천 명의 조선인이 학살된 사건을 조명한다. 영화는 사건의 경과와 당시 사회 분위기, 이후 이어진 역사 인식 논쟁 등을 통해 일본 사회가 이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를 다룬다.
관동대지진은 1923년 9월 1일 도쿄와 가나가와 일대를 중심으로 발생했다. 지진 직후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확산되면서 일본 군과 경찰, 자경단이 조선인을 대상으로 폭력을 행사했고 대규모 학살로 이어졌다. 일본 정부 공식 조사에서는 수천 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며 중국인 등 다른 외국인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는 단순히 과거 사건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 일본 사회에서 이어지는 외국인 차별 문제와 역사 인식 갈등을 함께 제기한다. 작품 속에서는 재일조선인과 외국인 노동자, 난민 문제 등 현대 일본 사회의 이주민 정책과 인권 문제도 언급된다.
최근 일본에서는 이민·난민 정책 강화와 관련해 시민단체와 인권단체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강제 송환 제도와 장기 수용 문제, 체류 자격 문제 등 외국인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귀국이 어려운 외국인에게 특별 체류 허가를 부여해야 한다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영화 상영 공간에서는 이러한 사회 문제를 함께 다루는 자료와 캠페인 안내물도 소개되고 있다. 외국인 강제 송환 반대 운동과 대학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 등을 다룬 자료들이 함께 전시되며 사회적 차별과 구조적 불평등 문제를 연결해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한다.
관동대학살을 둘러싼 역사 인식은 일본 사회에서 여전히 논쟁적인 주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희생자 추모식을 진행하고 있지만, 학살 규모나 책임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도쿄도는 2017년 이후 조선인 희생자 추도문 전달을 중단하면서 논란이 지속돼 왔다.
‘1923’은 이러한 역사적 논쟁 속에서 관동대학살의 기억을 현재로 불러내며, 차별과 폭력이 어떻게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반복될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영화는 과거의 사건을 기록하는 동시에 오늘날 일본 사회가 직면한 역사 인식과 인권 문제를 함께 성찰하도록 요구한다.
관객들 사이에서는 관동대학살의 역사적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반응과 함께, 현재 일본 사회의 외국인 정책과 차별 문제를 돌아보게 됐다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