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중동에서 이란을 둘러싼 군사 충돌이 확대되면서 러시아가 경제와 외교 양면에서 전략적 이익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경제적 이득과 함께 중동 분쟁 중재자 이미지를 활용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 나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 경제에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국제유가 상승이다. 중동 긴장 고조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원유 가격이 급등했고, 이는 에너지 수출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 경제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 가격은 지난해 배럴당 50달러 초반 수준에서 최근 100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연방 예산은 유가가 배럴당 약 59달러일 때 재정 균형이 맞도록 설계돼 있어 현재의 유가 상승은 재정 여건을 크게 개선시키는 요인이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에너지 제재로 러시아 경제는 상당한 압박을 받아왔지만, 최근 국제유가 상승과 제재 완화 가능성이 동시에 거론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푸틴 대통령은 9일 러시아 석유·가스 기업들과 회의를 열고 유럽이나 미국이 러시아산 가스를 다시 원한다면 명확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에너지 공급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 역시 유가 안정 필요성이 커지면서 러시아산 원유 제재 완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동 긴장이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에너지 시장 안정이 우선 과제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외교적으로도 러시아는 중동 분쟁을 통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 사실을 공개하며 이란 사태의 외교적 해결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란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러시아가 이란에 중동 내 미군 자산 정보를 제공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는 이를 공식 부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중동 분쟁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면서 동시에 미국과의 직접 소통 채널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한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중동 위기로 서방의 외교·군사적 관심이 분산되는 것도 러시아에 유리한 환경이다. 만약 에너지 제재까지 일부 완화된다면 러시아의 전쟁 자금 확보가 쉬워져 우크라이나에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엘리나 리바코바 연구원은 러시아가 즉각 새로운 군사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중동 위기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러시아의 전략적 자신감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