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조선적’, 사라져가는 무국적자들의 역사
1945년 이후 일본에서 무국적자로 살아온 ‘조선적(朝鮮籍)’의 역사와 그들의 현재
1945년, 일본 정부는 일본에 거주하던 한국계 무국적자들에게 특별한 국적 분류를 부여했다.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일본 국적을 잃었지만, 대한민국이나 북한 국적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이들을 임시적으로 ‘조선적(朝鮮籍)’이라 분류했으며, 이는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그러나 ‘조선적’이라는 분류는 특정 국가의 국적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실상 무국적자에 해당하는 이들은 일본에서 여러 차별과 불편을 겪으며 살아왔다.
‘조선적’의 기원: 일제강점기와 그 이후
조선적의 역사는 일제강점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은 1910년부터 1945년까지 한반도를 식민지로 통치하며, 많은 한국인들이 일본으로 이주해 살았다. 그 당시 이들은 일본 내에서 잠시나마 일본 제국의 국적을 가졌으나, 1945년 일본이 패망하면서 조선인들은 다시 무국적 상태로 전환되었다.
이후 1947년, 일본은 외국인 등록령을 시행하며, 조선과 대만 출신자들을 외국인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으로 인해 조선과 대만은 일본의 영토에서 분리되었으며, 이로 인해 이들은 공식적으로 일본 국적을 상실하게 되었다. 이렇게 일본 내에 남겨진 조선인들은 어느 국가의 국적도 가지지 못한 무국적자가 되었고, ‘조선적’이라는 새로운 분류로 존재하게 되었다.
‘조선적’의 감소와 현재
1965년, 일본과 대한민국은 국교를 정상화하며 재일 한국인들의 법적 지위에 대해 논의하게 되었다. 이때 일부 조선적 소지자들은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 결과, 오늘날 ‘조선적’ 소지자는 대부분 고령층으로 남아 있으며, 점차 그 수는 줄어들고 있다. 2012년에는 약 40,000명이던 조선적 소지자가 2023년에는 24,305명으로 줄어들었다.
조선적 소지자가 줄어드는 이유는 명확하다. 일본에서 무국적자로 살아가는 것은 여러모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해외로 출국하려면 일본 또는 대한민국 여권을 취득해야 하며, 이는 곧 ‘조선적’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1965년 이후 일본으로 이주한 한인들에게는 ‘조선적’이라는 분류가 더 이상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조선적 소지자의 수는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
조선적 소지자들의 선택: 대한민국, 북한, 일본?
‘조선적’을 유지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북한을 지지하는 경우이다. 많은 조선적 소지자들은 북한 국적을 얻고 싶어하지만, 일본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아 조선적 상태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둘째, 남북한 중 어느 한쪽도 선택하고 싶지 않아 무국적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이다. 이들은 남북통일 후에야 국적을 선택할 의향을 가지고 있다. 셋째, 자신이 대한민국, 북한, 일본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들로, 정체성 문제로 인해 무국적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다.
일본 정부는 ‘조선적’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에게 예외적으로 일본 국적을 부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