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1~2m 은밀 잠항으로 800㎞를 접근한 수중 자폭 드론 한 대가 흑해 연안 러시아 해군기지를 뒤흔들었다. 값싼 무인 수중체계가 대형 잠수함을 무력화한 사건은 한반도 안보에도 직접적인 경고음을 내고 있다.
러시아 크라스노다르주 노보로시스크 해군기지에서 지난해 12월 16일 폭발이 발생했다. 주요 석유 수출항이자 군수 물류 거점인 이곳에서 정박 중이던 킬로급 잠수함 ‘콜피노’가 피격됐다. 공격 주체는 우크라이나가 운용 중인 수중 자폭 드론 ‘서브 시 베이비(Sea Baby)’로 알려졌다.
당시 러시아 방공 레이더망에는 접근 표적이 포착되지 않았다. 기존 우크라이나 장거리 자폭 드론은 저속·대형 기체 특성상 탐지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공격은 공중이 아닌 수중에서 이뤄졌다. 공개 영상과 위성사진 분석에 따르면 드론은 해수면 아래에서 저속으로 접근해 방파제와 바지선 차단선, 그물 장벽을 통과한 뒤 표적 함미를 타격한 것으로 보인다. 상업용 위성에는 피격 직후 유류 유출 흔적도 식별됐다.
우크라이나는 이후 차세대 자율수중정(AUV) ‘마리치카’를 공개했다. 길이 6m, 항속거리 약 1000㎞, 저속 잠항과 인공지능 기반 자율항법이 특징이다. 1t 이상 탄두 탑재가 가능하며 장시간 수중 대기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구성 부품 상당수가 상용품으로 알려지면서 대당 수십만 달러 수준의 저비용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점도 주목된다. 수백억 원대 중어뢰에 비해 극히 저렴하다.
러시아도 핵추진 어뢰형 AUV ‘2M39 포세이돈’을 개발해 실전 배치를 추진 중이다. 길이 20m가 넘는 이 체계는 핵탄두 탑재를 전제로 설계된 전략 무기다. 신전략무기감축협정 적용을 피하는 비대칭 수단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북한이다. 북한은 2023년 ‘해일’로 명명한 핵무인수중공격정 시험을 공개했다. 해일-1, 해일-2로 구분되는 이 체계는 사거리 1000㎞ 이상, 평균 속도 10여㎞ 수준, 잠항 심도 80~150m라고 주장했다. 원자로 탑재는 어려운 만큼 내연기관과 배터리 기반 추진으로 추정된다. 북한 발표 수치가 사실이라면 동·서·남해 전역과 제주 남방 해역까지 위협 범위에 포함된다.
한반도 주변 해역은 대잠작전 난도가 높다. 동해는 심층 수온구조와 해류 교차로 음파 굴절이 심하고, 서해는 얕은 수심과 담수 유입, 부유물로 소나 성능이 크게 저하된다. 남해는 복합 해류와 인공 구조물, 선박 통항량이 많아 은밀 침투에 유리하다.
한국 해군의 대잠 자산은 제한적이다. 인천급·대구급·충남급 호위함에 신형 선체고정 소나가 탑재됐지만 탐지 범위는 수십㎞ 수준이다. 구축함 전력도 10여 척 남짓이다. 고속함·고속정 상당수에는 소나가 없다. 해상초계기는 P-3C 15대와 P-8 6대가 전력의 전부다. 동·서·남해를 동시에 상시 감시하기엔 물량과 체공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중 자폭 드론은 대형 잠수함이나 구축함을 정면 교전 없이 무력화할 수 있는 비대칭 수단이다. 항만과 해상교통로가 국가 생명선인 한국에선 위협이 곧바로 경제·에너지 안보로 직결된다.
대안으로는 무인 해상초계기와 무인 수상정, 고정식 해저 감시망 확충이 거론된다. 장시간 체공하며 소노부이를 투하하는 무인기, 대형 소나를 탑재한 무인 수상정은 넓은 해역을 상시 감시할 수 있다. 해군기지 인근에는 장기 매복형 무인체계를 배치해 AUV 접근을 조기 탐지·요격하는 방식도 검토 대상이다.
노보로시스크 사례는 값싼 수중 무인체계가 전통적 해군 전력을 압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비대칭 수중 위협이 일상이 된 해양 안보 환경에서 대응 체계의 신속한 전환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