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간 광화문과 국회 일대에서 ‘11·22 사건 50주년 국가폭력 피해자와 함께 걷는 치유와 평화의 모임’이 열렸다. 이번 행사는 군사독재 시기 국가폭력으로 인해 삶이 파괴된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그 역사를 사회적으로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11·22 사건은 1975년 11월 22일 발표된 이른바 ‘학원 침투 간첩단 사건’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는 유신체제를 대표하는 용공 조작 사건인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알려져 있으나, 당시 체포 대상에는 재일동포 유학생 17명뿐 아니라 서울의대, 한신대, 부산대 등 국내 대학생 16명도 포함돼 있었다.
재일동포 유학생을 표적으로 한 조작 사건은 1971년 4월 20일 군 보안기관이 발표한 서승·서준식 형제 사건을 시작으로 1970~1980년대에 걸쳐 160여 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120여 건은 국내 출신을 제외한 재일동포 관련 사건이었다. 재판에 넘겨진 이들 중 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은 9명, 무기징역 19명, 10년 이상 중형을 선고받은 경우만 해도 29명에 이르렀다.
군사독재 시기 고문과 협박, 조작 수사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의 정확한 규모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국가보안법 관련 인권침해 사건 가운데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은 인원이 2024년까지 500명을 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피해자는 그 몇 배, 수십 배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모임은 재일동포라는 이유만으로 국가폭력의 희생자가 된 이들뿐 아니라, 민주화 과정에서 국가에 의해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모든 피해자를 위로하는 자리로 기획됐다.
행사를 위해 일본에서 재일한국인 양심수 동우회 회원과 이른바 ‘구원회’ 관계자 등 약 50명이 한국을 찾았다. 재일한국인 양심수 동우회는 해당 사건들에 연루돼 고초를 겪은 동포들이 출소 후 일본에서 결성한 단체다. 이철 회장을 비롯해 강종헌, 김원중, 이종수 등 20여 명이 방한했으며, 일본 시민사회 인사들로 구성된 구원회 관계자들도 다수 참석해 연대의 뜻을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