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가 5·18 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 수록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5·18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유·민주·인권’이라는 보편 가치로 승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최근 공개한 장문의 글에서 “나는 5·18을 사랑한다”면서도 “5·18이 특정 정치 세력의 방패가 되거나 시공간의 제약 속에 갇힌 낡은 기록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2020년 발표한 글 ‘나는 5·18을 왜곡한다’를 둘러싸고 비판을 받아왔다고 언급했다. 당시 글은 5·18 역사왜곡처벌법에 대한 비판 취지였으며, 민주주의를 위축시키는 입법이라고 판단해 작성했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5·18 민주화운동은 우리나라 민주화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횃불”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개별 역사 사건을 헌법 전문에 명시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첫 번째 반대 이유로 헌법 전문의 성격을 들었다. 헌법 전문은 단순한 서문이 아니라 국가의 영원성과 보편 가치를 담는 최고 규범인데, 특정 역사 사건을 직접 기재할 경우 국가 정신을 시공간적 한계 안에 가두게 된다는 논리다.
최 교수는 미국·독일·일본·프랑스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대부분 국가들은 구체적 사건보다 정신과 가치 중심으로 헌법 전문을 구성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3·1 정신은 독립으로, 4·19 이념은 민주로 승화돼야 한다”며 “5·18 역시 자유·인권·민주라는 보편 가치로 담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반대 이유로는 개헌 논의를 주도하는 정치 세력에 대한 불신을 제시했다. 그는 일부 세력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정체성을 약화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세력이 헌법 서문을 고치게 두는 것은 국가의 영혼을 양도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광주 지역의 정율성 기념 사업도 비판했다. 그는 “대한민국을 적으로 두고 싸운 인물을 기리는 행위가 자유와 민주라는 헌법 가치와 병립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최근 정치권의 탄핵 추진과 특검 논란 등을 언급하며 “삼권분립 훼손과 사법권 침해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통령 관련 사건을 자신이 임명한 특검이 맡는 상황 등을 예로 들며 “현대 법치주의의 근간인 이해충돌 금지를 흔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글 말미에서 5·18 헌법 전문 수록 반대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헌법 전문은 영원의 설계도여야 한다는 점, 개헌 추진 세력이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정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현재의 정치 상황 속 헌법 파괴 행위가 개헌 논의의 진정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
그는 “5·18은 대한민국의 영원한 자유를 밝히는 승화된 정신으로 살아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