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법부가 재일동포를 대상으로 진행된 이른바 ‘북송(귀환) 사업’의 불법성을 공식 인정하고 북한 정부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도쿄지방법원은 26일 북송 사업을 통해 북한으로 이주했다가 열악한 환경과 인권 침해를 겪은 뒤 탈북한 피해자 4명(유족 포함)이 북한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북송 사업의 위법성을 인정하며 북한에 총 8800만엔의 배상을 명령했다. 원고 측이 청구한 금액은 약 4억엔이었다.
이번 판결은 북송 사업이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 아닌 기만과 강요 속에서 이뤄졌으며, 그 과정과 결과에서 중대한 인권 침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사법적으로 확인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판결 직후 기자회견에 나선 피해자 가와사키 에이코는 사법부가 고통의 실체를 직시했다고 밝히며, 오랜 시간 외면받아온 피해가 법적으로 인정된 데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1960년대 ‘지상의 낙원’이라는 선전에 이끌려 10대의 나이에 북한으로 향했으나, 현지에서는 만성적인 식량난과 빈곤, 통제된 삶이 이어졌다고 증언했다.
가와사키는 2000년대 초 탈북에 성공했지만, 북한에 남겨진 가족과는 여전히 재회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북송 사업이 북한과 일본 정부 간 협정에 따라 추진된 만큼 일본 정부의 책임 또한 가볍지 않다고 주장하며, 가족 상봉을 위한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촉구했다.
배상금 집행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자발적으로 응할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하며, 국제적·법적 수단을 통한 강제 집행 필요성도 언급했다.
원고 측 대리인은 이번 판결이 북한 내에서 발생한 구조적 인권 침해에 대해 일본 사법부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판단을 내린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번 결정은 북송 사업을 둘러싼 법적·역사적 책임 논의에 다시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