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군인이 벨라루스 국경 인근에서 시범 비행을 마친 드론을 착륙시키고 있다. 무인기, 이른바 드론이 현대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핵심 무기로 자리 잡았다. 미사일 대비 극히 낮은 비용으로 타격 효과를 낼 수 있는 드론은 병력 손실을 줄이면서도 상대를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 이면에서는 전쟁의 문턱이 낮아지고 생명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문제의식도 함께 커지고 있다.
드론은 제작과 운용의 진입 장벽이 낮은 ‘가성비 무기’로 빠르게 확산됐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는 교실 단위에서도 조립이 이뤄질 만큼 생산이 간단하고, 매달 수만 대가 투입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300달러 수준의 저가형 자폭 드론은 인공지능을 결합해 도주 중인 표적을 추적·타격하는 단계까지 진화했다. 전통적인 고가 무기 체계의 독점력이 약화되면서 전장의 주도권이 바뀌는 장면이다.
이 변화는 국가 간 경쟁 구도를 재편했다. 글로벌 드론 시장에서는 중국 기업 DJI가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는 가운데, 미국은 자국 생산 역량 강화를 국가 과제로 올려놓았다. 드론은 한때 값비싼 첨단 무기를 갖추기 어려운 국가의 대안으로 여겨졌지만, 전장 효용이 입증되며 강대국의 전략 자산으로 격상됐다.
확산의 그늘도 분명하다. 드론은 병력 소모를 줄이는 대신 전쟁의 지속 가능성을 높였다. 쉽게 보충 가능한 무인 전력은 교착 국면을 길게 만들고, 종전 협상의 압박을 낮춘다. 민간 피해 역시 증가 추세다. 유엔 우크라이나 인권감시단 집계에 따르면 단거리 드론 공격으로 인한 사상자는 최근 들어 크게 늘었고, 저가형 공격 드론의 대량 배치가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윤리적 문제는 더 깊다. 조종자가 물리적으로 전장에 있지 않다는 사실은 살상의 감각을 둔화시킨다. 드론 영상이 전투 ‘콘텐츠’처럼 유통되는 현상은 책임 의식의 약화를 상징한다. 인간의 판단을 대체하거나 보조하는 AI가 무기 체계에 결합될수록 책임의 주체는 흐려진다.
드론 전쟁은 효율의 논리로 무장한 새로운 시대를 열었지만, 동시에 인간성의 경계선을 시험하고 있다. 기술의 진보가 전쟁을 ‘쉽게’ 만들수록, 국제사회가 숙고해야 할 질문은 더 무거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