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심리전단이 2023년 10월부터 지난해 12·3 계엄 직전까지 대북 전단을 지속적으로 살포한 사실이 병사 증언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5~6월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가 국내 여론을 흔들었지만, 실제로는 한국군의 전단 살포가 수개월 앞서 진행됐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작전 성격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군심리전단에서 ‘제원 산출병’으로 복무한 ㄱ씨는 30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대북 전단 살포는 북한의 공격을 유도할 수 있는 위험한 작전이었지만 병사 안전보다 보안과 성과만 우선됐다”고 말했다. ㄱ씨는 풍향·풍속·기류를 계산해 작전 지점을 정하고 풍선에 넣을 수소의 양과 전단 무게를 산출하는 실무를 맡았던 인물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실제 대북 전단 살포는 2023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며, 풍향이 북쪽으로 향하면 밤 9~11시 사이에 대규모 살포가 이뤄졌다. 한 번 작전을 실시할 때 풍선은 약 100개씩 띄워졌고, 전단은 1천㎏ 안팎이 투입됐다. 전단 내용은 남한의 경제·생활 수준, 북한 지도층 사치품 정보, 남한 여대생의 해외 여행 모습 등 북한 체제 약화를 겨냥한 심리전 구성이 대부분이었다. 일부 작전에는 USB와 라디오도 포함됐다.
ㄱ씨는 “2023년 9월 헌법재판소가 대북전단금지법을 위헌 결정한 이후 ‘훈련’이 실전으로 전환됐다”며 “부대 간부가 ‘앞으로 실전’이라고 못 박은 뒤 보안 지침이 강화됐다”고 증언했다. 합참 전투준비태세 검열을 피하기 위해 전단 장비를 다른 장소로 옮기는 일도 반복됐다고 말했다.
작전은 주변 부대에도 공유되지 않아 위험성을 키웠다. ㄱ씨는 “풍선이 북쪽으로 날아가면 GP·GOP에서 비상이 걸렸지만 우리 부대는 ‘모른다’고 잡아뗐다”며 “아군조차 상황을 모르고 대응해 혼란이 컸다”고 말했다. 병사들은 밤샘 작전을 반복했지만 공식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전투 휴무를 인정받지 못해 불만이 누적됐고, 이후 외출·휴가로 대체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역 후 뉴스 보도를 보며 자신이 참여한 작전의 성격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북한 오물풍선이 도발로만 보도됐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먼저 도발한 셈이었다”며 “12·3 계엄 정국과 특검 수사 결과를 보니, 전단 작전이 내란 준비의 일부로 활용됐다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했다”고 회상했다.
국군심리전단은 지난해 6월까지 대북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임무를 맡아 왔으며, 남북 간 전단·확성기 대응의 악순환은 지난해 말 계엄 사태 이후 중단됐다가 올해 6월 이재명 대통령의 선제 중단 선언으로 확성기 공방도 멈춘 상태다.
이번 증언은 군이 공식적으로 밝힌 설명과 상충되는 지점이 적지 않아 향후 계엄 특검 수사와 국회 조사 과정에서 핵심 논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