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첫 여성 총리로 취임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취임 직후 방위력 강화를 지시하며 사실상 군사 대국화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첫날인 21일 방위상에게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 등 이른바 안보 3문서를 조기 개정하라고 지시했다. 이 문서들은 일본의 군사정책 방향을 규정하는 핵심 문건으로, 2022년 개정 당시 이미 ‘적 기지 반격 능력’ 보유와 2027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를 2%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카이치는 이를 “예정보다 앞당겨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취임 직후 열린 첫 기자회견에서 “미일 협력을 바탕으로 하되 일본 자체의 방위력을 확실히 강화해 나가겠다”며 “안보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일본 스스로의 힘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추진했던 ‘전쟁 가능한 국가’ 구상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논란을 낳고 있다. 새로 연립 협력 관계를 맺은 일본유신회 역시 장사정 미사일과 핵 추진 잠수함 보유 추진을 요구하고 있어, 군사정책이 한층 공격적 성격을 띨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내 야권과 시민사회는 “헌법 9조의 평화주의 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경계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22일 사설에서 “다카이치 내각은 방위비 확대와 함께 국민적 토론을 생략한 채 ‘전쟁 대비’를 정상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한일 관계와 관련해서는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김(海苔)을 좋아하고, 한국 화장품을 사용하며, 한국 드라마도 자주 본다”며 유화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다카이치는 다음달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다. 외교 현안에서는 협력 의지를 내비쳤지만, 안보정책에서는 ‘아베 노선의 부활’을 예고하면서 주변국과의 긴장도 높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