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성의 인권 현실을 고발하는 목소리가 미국 뉴욕 한복판에서 울려 퍼졌다. 북한 여성들의 삶과 목소리에 주목한 미술 전시회를 앞두고, 탈북 여성 3명이 현지 좌담회에 참석해 출신성분 차별과 생존의 고통을 증언했다.
2008년 북한을 탈출한 김성희씨는 코리아소사이어티가 18일(현지시간) 주최한 좌담회에서 “아버지가 경남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으며 살아야 했다”며 출신성분이 삶을 옥죄는 북한 사회의 민낯을 고발했다. 그는 “오빠가 대학 입시에서 1등을 했는데도 김일성종합대학 대신 농업대학을 추천받았다”며 온 가족이 눈물로 절망을 맞이했던 기억을 전했다. 현재 김씨는 한국에서 북한식 전통주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다.
평양 출신 나민희씨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직접 겪은 기억을 증언했다. 그는 “국가 배급이 끊기자 어머니가 자식들을 위해 스스로 굶기를 택했다”며 참혹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나씨는 이후 해외 노동 중 몰타에서 현지인의 자유로운 삶을 목격하고 탈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 변화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김씨는 “여성들이 생계를 책임지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권리로 이어지진 않았다”며 구조적 불평등을 지적했다. 또 “남편을 잃고 홀로 딸을 키울 수 없다는 막막함에 탈북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날 좌담회는 북한 여성 인권을 주제로 한 미술 전시 ‘UNSEEN(보이지 않는 존재들)’의 개막을 앞두고 마련됐다. 전시는 20일부터 27일까지 뉴욕 맨해튼 트라이베카 전시 공간에서 열리며, 크리스틴 해리스 아모스, 릴리아나 포터, 리비아 투르코 등 전 세계 작가 14명이 북한 여성들의 증언을 예술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