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민주화와 인권운동의 상징적 인물이었던 자유북한라디오(FNKR) 설립자 김성민 회장이 폐암과 간 전이암 투병 끝에 9월 12일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63세였다.
1962년 자강도 희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북한 인민군 예술선전대 작가를 거쳐 1999년 남한으로 탈북했다. 이후 백두한라위원회를 창립하고 북한이탈주민협회 회장을 지내며 탈북민 권익 보호와 북한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다.
2004년에는 인터넷 기반 자유북한라디오를 세우고 이듬해부터 단파 라디오로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와 인권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북한 당국은 폭탄 위협과 협박으로 방송 중단을 시도했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방송을 이어가며 국제 사회에 북한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알렸다.
김 회장은 미국 디펜스 포럼 재단의 수잔 숄티 대표와 함께 20년 넘게 ‘북한자유주간’을 주도했고, 미국 의회 청문회와 국제 토론회에도 적극 참여했다. 그의 활동은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북한 인권법 제정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시인이기도 했던 그는 최근 시집 ‘군인의 자서전’을 출간했다. 그의 작품에는 굶주림과 억압 속에서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의 삶, 그리고 자유를 향한 갈망이 진하게 담겼다. 그는 생전에 “자유는 우리가 죽을 수 없는 삶이며, 우리의 숨결이자 가치이며, 우리가 집으로 가져갈 맹세”라고 강조했다.
고인은 언론과 인권 분야의 공로로 2008년 국경없는기자회 언론대상 최우수상, 2009년 대만민주주의재단 아시아민주주의인권상, 2019년 북한인권상, 2024년 동백국민훈장 등을 수훈했다. 동백훈장은 탈북민이 받은 최초의 사례였다.
장례식에는 한국 정치권 인사와 시민사회 지도자, 다수의 탈북민이 참석해 그의 업적을 기렸다. 김 회장은 9월 14일, 북한이 바라보이는 인천 강화군의 공동묘지에 안장됐다.
김성민 회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북한 주민들의 자유를 염원했다. 그의 부고를 전한 자유북한라디오 측은 “그는 형이자 지도자였고, 북한 동포를 끝까지 사랑한 인권운동가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