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 간 유일한 핵무기 군축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이 5일 만료된다. 러시아는 조약 종료와 함께 더 이상 군축 의무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미국은 중국을 포함한 새로운 다자간 핵군축 체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러시아 외무부는 4일 성명을 통해 조약 시한 종료를 공식화하며 당사국들이 더는 핵심 조항과 관련한 의무나 대칭적 선언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의 군사정책과 전략 환경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전략적 공격 무기 분야 정책을 수립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국가 안보에 대한 추가 위협이 발생할 경우 단호한 군사기술적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강조했다. 다만 협력 조건이 갖춰질 경우 평등하고 호혜적인 대화를 통해 정치외교적 해법을 모색할 수 있다는 여지는 남겼다.
신전략무기감축조약은 2010년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해 2011년 발효됐다. 양국이 배치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전략폭격기에 탑재 가능한 핵탄두를 각각 1550개로 제한하고, 운반체와 발사대 수에도 상한을 두는 것이 골자다. 상호 사찰과 정보 공유 조항도 포함됐다. 2021년 한 차례 5년 연장됐으나 추가 연장에는 이르지 못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인 2023년 조약 이행 중단을 선언했다.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년 연장을 제안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미국은 기존의 양자 협정 방식에서 벗어나 중국을 포함한 다자간 핵군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조약 만료 이후 더 나은 합의를 추진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자국의 핵무기 규모가 미국과 러시아에 비해 현저히 적다며 참여 요구는 공정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21세기형 군비 통제를 위해서는 빠르게 성장하는 핵 전력을 가진 중국을 포함하지 않고는 실질적 합의가 어렵다는 인식을 재확인했다.
조약 만료로 미국과 러시아를 규율하던 마지막 핵군축 장치가 사라지면서, 국제사회에서는 핵무기 경쟁 재점화와 전략적 불안정성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