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 담론에서 ‘외교 피그미’라는 꼬리표는 최근 일본 외교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자주 등장한다. 경제 규모와 군사력, 국제기구 내 지위에 비해 일본의 외교적 존재감은 과거에 비해 크게 위축됐다는 지적 때문이다.
냉전 종식 이후 일본은 ‘전후 평화국가’라는 틀 안에서 미국 동맹 의존도를 높이며 독자적 외교 노선을 구축하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한일 갈등, 중일 갈등 국면에서 일본은 강경 제재 일변도의 정책만 고수하며 국제적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시기 일본은 ‘적극적 평화주의’를 내세워 외교·안보 정책 확장을 시도했지만, 미일동맹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주변국과의 신뢰 구축에도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외교는 강대국에 끌려다니는 ‘종속적 외교’의 이미지를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 전문가들은 일본이 ‘외교 피그미’라는 비판을 벗어나려면 강대국의 이해관계에만 맞추는 태도에서 벗어나 지역 협력과 글로벌 현안에서 독자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중견국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일본의 외교적 위상은 앞으로도 제자리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