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7월 28일 발표한 담화를 통해 “남조선은 더 이상 동족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앞서 25일 정동영 신임 통일부 장관이 평화경제 구상과 남북대화 복원을 천명하고, 27일 이재명 대통령이 워싱턴DC에서 정전협정 기념사를 통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한 직후 나온 담화라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이재명 정부의 확성기 방송 중단, 삐라 살포 중지, 경주 APEC 정상회의 초청설 등을 일축하며, “표면적인 조치일 뿐이며 조선이 요구하는 본질적 변화가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한국이 초래한 긴장을 감상적인 말 몇 마디로 되돌릴 수 있다고 기대했다면, 그 이상 엄청난 오산은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제는 남북관계가 ‘동족’이라는 수사적 틀을 완전히 벗어났다”며, 한반도 내 ‘국가 대 국가’ 관계를 공식화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하루 전인 27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6·25전쟁 정전협정 72주년 기념식에서 “미국은 피를 나눈 혈맹이자 가장 강한 동맹”이라고 강조하며 한미관계 강화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이 기념사에는 북측을 향한 화해 메시지나 민족 자주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김 부부장은 이 발언 이후 발표된 담화에서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며 남북관계 전면 단절을 선언했다.
정동영 장관은 지난 25일 통일부 장관 취임사에서 “평화경제를 통해 남북관계의 폐허를 복원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DMZ 내 직통전화를 시도하는 상징적 행동을 통해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김 부부장은 이를 “흡수통일 망령에 사로잡힌 한국 정권의 본색”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북측은 통일부의 존속 자체를 부정하며, 그 정상화를 “조선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는 2020년 6월, 문재인 정부 시절 발표한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선언 당시 담화와 궤를 같이한다. 당시에도 북측은 문재인 정부가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을 내세우며 평화를 주장하면서도, 대북 제재를 수용하고 한미군사훈련을 지속한 이중성을 “구밀복검”이라 비판한 바 있다. 김 부부장은 이번에도 이재명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답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재명 정부는 집권 이후 단 두 달간 여섯 차례에 걸친 대규모 연합훈련을 강행했다. 3월의 을지프리덤실드(UFS), 4월의 Vigilant Defense 공중훈련, 5월의 Pacific Vanguard 해상훈련, 6월의 Pacific Dragon 미사일 방어 훈련, 그리고 7월의 탈리스만 세이버 다국적 합동훈련까지 이어지며, 한미일 안보협력은 강화됐으나 남북 간 신뢰는 더욱 멀어졌다. 김 부부장은 이를 “한미동맹에 대한 맹신이 만든 결과”로 규정하며 “남조선이 안보 위협을 가장한 침략적 위협을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동영 장관은 취임사에서 국민주권 대북정책과 사회적 대화기구 신설을 통해 남북관계 회복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북측은 이를 “남측만의 자기만족적 행동”으로 간주하며 응답을 거부하고 있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남측은 정의로운 척 하지만 본질은 적대적 태도”라며 “역사의 시계 초침은 되돌릴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결국 이재명 정부는 민족 자주성보다는 외세 중심의 안보관을 우선시하는 기존 노선을 유지한 채, 통일부와 정부 내 일부 인사의 평화 제안이 상충하는 이중적 구조를 보이고 있다. 김여정 부부장의 이번 담화는 이 같은 구조에 대한 근본적 불신을 드러내며, 이 정부 하에서의 남북대화 가능성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