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히아긴 엘베그도르지 전 몽골 대통령은 7월 16일 미국 콜로라도주 애스펀에서 열린 애스펀안보포럼에서 “북한과 대화할 때는 사진을 위한 이벤트가 아니라, 체제 아래 고통받는 주민들의 인권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핵·미사일 논의에만 집착하면 북한 정권만 효율적으로 홍보하는 셈”이라며 “사진 한 장을 위해 대화를 하는 것은 정권 유지에 도움만 줄 뿐”이라고 강조했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몽골 대통령을 지낸 엘베그도르지 전 대통령은 2013년 평양 김일성대에서 ‘어떤 독재도 영원할 수 없다’는 주제로 자유·인권 강연을 진행했으나, 북한 측이 내용 보도를 꺼리고 요청한 시설 시찰조차 허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재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활동 중인 그는 “모든 인간은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하는 본능을 지녔으며, 그 욕망은 억눌려도 결국 부활한다”며 “몽골이 과거 공산체제에서 벗어난 것처럼 언젠가 북한도 자유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화의 ‘입구’ 과정에서 핵·미사일이 아닌 인권·고통 같은 불편한 주제를 꺼내야 체제 내부 균열을 유도할 수 있다”며 “한국 사람이 북한에서 인권을 이야기했을 때 주민들이 가졌던 희망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은 대북 대화 재개 기조 아래 핵·미사일 의제에만 집중하려는 현 정부 기조와도 상반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인권 문제를 공세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으나, 엘베그도르지 전 대통령은 “진정성을 담아 주민 연대를 시도하는 대화만이 의미가 있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