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방한할 경우, 판문점에서 다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의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CSIS가 개최한 ‘미국의 이란 폭격이 북한·중국·러시아에 미친 영향’ 관련 온라인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빅터 차 석좌는 최근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폭격한 것을 계기로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목표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이 이란을 폭격하면서 북한은 스스로 핵무장 선택이 옳았다고 확신하게 됐다”며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의 벙커버스터 10여 발이 북한 땅에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핵무기만이 막아줄 수 있다고 믿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이란 공격 이후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도 “북한이 미국과 협상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미국 역시 북한의 러시아 및 이란 협력 강화를 차단하기 위해 대화가 필요할 것”이라며 북미가 서로와 협상에 나설 이유는 충분히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빅터 차 석좌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0월 말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할 경우, 지난 2019년에 이어 판문점에서 다시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을 추진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양측 모두 대화에 나설 충분한 이유가 있는 만큼 판문점 회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한편, 그는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밀착이 한반도를 넘어 중동 등 다른 지역의 안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차 석좌는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지원의 대가로 많은 것을 제공하면서 북한은 중국의 영향력에서도 자유로워졌고,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이 이란 지원에 나설 경우 중동 지역에도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