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확산될 가능성에 대비해 중동 지역에 항공모함과 공군 급유기를 긴급 배치하며 긴장 수위를 높였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16일(현지시각) 미군 당국자를 인용해 미 해군 항공모함 니미츠가 베트남 다낭 방문 계획을 취소하고 중동으로 급히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니미츠 항모는 19~23일 예정된 베트남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한 채 이동 중이며, 미 국방부는 이를 ‘긴급한 작전상 필요’라고 밝혔다.
항모뿐 아니라 미 공군의 전략적 자산인 공중급유기들도 중동 방향으로 대거 배치됐다. 항공기 추적 웹사이트 ‘에어나브 시스템즈’에 따르면 KC-135와 KC-46 등 최소 31대 이상의 급유기가 15일부터 미국 본토를 떠나 동쪽으로 향했다. 이 가운데 일부 급유기는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와 영국, 그리스, 에스토니아 등에 착륙한 것으로 확인됐다.
에릭 쇼텐 ‘디야미 시큐리티’ 전문가는 “급유기 20여 대 이상이 동시에 이동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미국이 중동에서 강력한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전략적 메시지를 분명히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악관은 이번 움직임에 대해 “중동에서의 방어적 태세 유지”라는 공식 입장을 강조하며 직접적 군사 개입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평화 협정을 추진하기 위해 방어 태세를 구축한 것”이라며 “현재의 전략은 ‘힘을 통한 평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도 미국 정부가 중동 국가들에게 “이란이 미국인을 표적으로 삼지 않는 한 이란-이스라엘 갈등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중동 현지의 한 외교관은 “이란도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유발할 행동을 피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거의 매일 소통하고 있다”며 “미국의 어떤 기여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현재 중동 지역에 방공 시스템과 군함, 전투기 및 병력 4만 명을 배치하고 있으며, B-52 전략폭격기 역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동 작전 수행 준비를 마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