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의 동맹 강화는 동아시아 안보의 핵심 축으로 작용하지만, 일본 지도자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역사 인식 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일으키며 동맹 신뢰와 전후 국제질서 수호라는 양자 목표 사이에 지속적인 딜레마를 낳고 있다.
1985년 8월 15일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의 공식 참배는 일본 내 보수층의 지지를 얻었으나 미국 언론은 이를 ‘군국주의 부활의 신호탄’으로 규정했다. 레이건 행정부는 공개적 비난을 자제했으나 비공식 경로를 통해 “역사 문제가 동맹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하며 미일관계의 첫 시험대로 작용했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6차례 야스쿠니 참배를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미 하원 외교위원회 공청회에서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이 ‘도덕적 파산’ ‘역사 부정’이라며 비판했고, 2006년 미 의회는 차기 총리에게 참배 자제를 권고하는 결의안 검토를 시작했다. 동맹 안정을 위해 일본의 역사 인식 개선을 요구하는 미국 내 목소리가 확산된 시기였다.
2013년 12월 아베 신조 총리의 참배는 미 국무부가 “동아시아 긴장 고조 우려”를 공식 표명하는 계기가 됐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했지만, 역사 문제로 인한 역내 불신 확산을 경계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미국외교협회(CFR)는 해당 문제를 “미일 안보 협력의 추진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하며 경고음을 냈다.
역사 화해의 상징적 전환점은 2016년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과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에서 확인됐다. 오바마는 핵무기의 비인도성을 강조하며 평화 의지를 천명했고, 아베는 전쟁의 참상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동맹 강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야스쿠니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요원한 채 남았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 미일동맹은 정상회담과 인도·태평양 전략 공동 추진으로 심화됐다. 그러나 역내 중국 견제 전략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2021년 아베 전 총리의 참배 시도가 재조명되며 역사 인식 문제는 여전히 동맹과 역내 협력 네트워크 구축의 잠재적 걸림돌로 남아 있다.
미국은 일본의 안보 역할 확대를 필요로 하지만, 전후 체제 수호를 위한 역사 인식 정립 요구라는 모순에 직면해 있다. 이 딜레마를 해소하려면 야스쿠니 신사의 전범 합사 문제 해결, 미일 공동 역사 연구 프로젝트 추진, 동맹 차원의 화해 메커니즘 구축 등 다층적 접근이 요구된다. 역사와 안보의 교차로에서 미일동맹의 지속 가능성은 이러한 균형 찾기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