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심화로 인해 북한이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나설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왔다. 북핵 문제를 소홀히 다룰 경우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시드니 사일러 선임고문은 28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한국 외교부와 프랑스 외교부 공동주최로 열린 ‘북한의 핵확산: NPT 체제에서의 지속적 도전’ 토론회에서 북러 간 밀착이 북한을 신뢰할 수 있는 대화 상대로 만들기 위한 국제적 전략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일러 고문은 “북한은 미국을 매력적인 대화 상대로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북러 협력 심화 이후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응할 유인은 더욱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가 북한에 ‘생명선’을 제공하고 있으며, 북한의 재래식 무기 현대화를 러시아가 지원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북러는 새 국제질서 속에서 규범과 행동을 공유하는 파트너 관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는 수정주의적 독재국가들의 결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일본 나가사키대 니시다 미치루 교수도 발표에 나서 NPT 체제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했다. 니시다 교수는 “NPT 서명국들이 북한 문제 대응을 소홀히 하면서, 핵 확산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약해질 수 있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경고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는 현재의 국제 정세 속에서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윤종권 외교부 국제안보국장도 “북한은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기를 원하지만, 이는 NPT 체제 근간을 훼손하는 것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 국장은 지난해 10월 한미일 등 11개국이 발족한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을 언급하며 “NPT와 비확산 체제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제11차 NPT 평가회의 제3차 준비위원회 회의 기간 중 유엔본부에서 개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