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쿠 거리 뒤흔든 탄핵 집회, 그러나 한통련의 현실은 냉랭
지난해 12월 14일, 일본 도쿄 신주쿠역 앞은 갑작스레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고, 재일 한국인을 중심으로 모인 500여 명의 참석자들은 “우리가 이겼다”는 외침과 함께 환호성을 터뜨렸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 퍼지며 거리엔 일시적인 해방감이 감돌았다.
이 집회는 재일 한국민주통일연합(한통련)이 주도한 것으로, 이들은 자발적인 연대와 대중적 정치활동을 강조하며 윤석열 정부의 퇴진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개편된 한통련 홈페이지 역시 이러한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통련의 내부 분위기는 축제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4월 20일, 도쿄 아라카와구 평생학습센터에서 열린 한통련 주최 한국정세 강연회의 참석자는 고작 10명에 불과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조총련계 인사들이었으며, 한통련 준비위원을 제외하면 일반 참가자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손형근 한통련 의장은 강연에서 윤석열 정권의 퇴진을 ‘민중의 승리’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행사 규모와 구성은 한통련의 재조직화가 쉽지 않다는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한 재일 인사는 “12월 집회는 상징적인 이벤트였지만, 조직력과 지지기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 내 진보적 재일 조직들은 고령화와 세대단절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정치적 발언력도 과거에 비해 크게 약화된 상태다.
이날 강연회를 통해 한통련이 과거의 영향력을 회복하려는 시도는 엿보였지만, 참여 인원과 분위기에서 드러나듯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신주쿠의 환호성과 달리, 재일 진보 진영의 재편은 갈 길이 먼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