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전투기 무단 촬영한 중국인들 “비행기 사진이 취미”핑계
최근 공군 전투기 등을 무단 촬영한 중국 국적 고교생들이 수사 대상에 올랐지만, 현행법상 간첩죄로 처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간첩죄 적용 범위를 ‘북한’으로 한정한 법적 구조 때문인데, 외국의 지시를 받은 정보 수집 행위조차 ‘간첩’으로 단죄하지 못하는 법의 공백이 국내 안보에 심각한 허점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과는 10대 중국인 남성 2명을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관광비자로 입국한 뒤 미군 시설과 주요 공항 인근에서 DSLR 카메라로 수천 장의 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한 명은 중국 공안 출신 부친을 언급하며 민감한 발언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이 설령 중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군사 정보를 수집한 것이라 하더라도, 형법상 간첩죄는 적용할 수 없다. 현행 형법 98조 1항은 ‘적국을 위하여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로 간첩죄의 적용 대상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적국’은 북한으로 제한돼 있어, 중국이나 러시아, 심지어 테러단체를 위한 정보 수집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구조다.
이로 인해 수사당국은 군사기지법 등 제한적인 법률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 군사기지법에 따르면 군사시설 무단 촬영은 최대 징역 3년 또는 벌금 3천만 원에 그쳐, 중대 안보 위협 행위를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최근 들어 중국인 관광객이 드론이나 고성능 장비를 이용해 안보시설을 촬영하다 적발되는 사건이 잇따랐다. 지난해 11월에는 국가정보원 건물을, 올해 1월에는 제주국제공항을 드론으로 촬영한 중국인이 각각 검거됐지만, 간첩죄 적용은 불가능했다.
과거에도 외국 정부나 기업을 위해 군사기밀을 유출한 사례는 적지 않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방산업체 간부가 군 준위로부터 군사기밀을 유출받아 외국 기업에 전달한 사건에서는 관련자들에게 징역 2년 6개월, 징역 1년 6개월 등 비교적 낮은 형량이 내려졌다. 또 2018년에는 전직 군 간부가 정보관 명단을 일본 등 외국에 팔아넘긴 사건이 있었지만, 이 역시 ‘일반이적죄’로만 처벌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 사건이 외국 간첩 행위로 간주됐다면 훨씬 무거운 처벌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간첩죄의 적용 대상을 ‘외국’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회에는 형법상 간첩죄 적용 대상을 ‘외국 또는 외국 단체’까지 넓히는 개정안이 다수 계류 중이다. 실제 지난해 11월에는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관련 법안이 의결되었으나, 이후 실질적인 논의는 진척되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탄핵 심판 과정에서 해당 법안이 야당의 반대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12·3 계엄선포의 정당화 배경 중 하나로 언급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야당이 반대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여러 개정안을 통합해 심사하는 절차 중”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입법 미비로 인해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외국 간첩 행위가 사실상 처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간첩죄에 대한 법적 정의의 재정립과 조속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