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형 김정철이 북한의 역사전문 학술지에 기고자로 등장해 외교·안보 당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유일하게 직책과 소속을 밝히지 않은 필자로, 체제 내 새로운 역할이 부여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본 아사히TV 보도와 샌드타임즈의 4일 분석에 따르면, 김정철의 이름은 북한의 역사학술지인 력사과학 2024년 2월호에 등장했다. 같은 호에 실린 23명의 다른 기고자들이 모두 조선사회과학원, 김일성종합대학 등 소속과 직책을 명시한 데 반해, 김정철만 유일하게 직책을 생략했다. 이에 대해 북한 고위급 출신 탈북민 A씨는 “신분 보호 차원이 아니라, 체제 내 특수한 역할을 맡고 있는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소속 없이 기고문을 냈다는 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친형 김정철로 볼 수 있다”며 “김정은이 권력 안정에 자신을 갖게 된 현 시점에서, 경쟁자가 아닌 형을 제한된 범위 내에서 서서히 등장시키는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김정철은 ‘우리 공화국을 핵 보유국의 지위에 올려세우신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의 불멸의 업적’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1990년대 미국의 압박 속에서도 김정일이 자주권 수호를 위해 핵개발을 결단했고,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 핵실험을 통해 북한이 핵 보유국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천출명장 김정일 동지의 불멸의 업적”이라며 극찬했다.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시점에 나온 이 글은 북한이 핵 보유국임을 정당화하는 역사적 수사로 해석된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딸 김주애를 후계 구도에 올리는 듯한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김씨 일가의 ‘핵 유산’을 역사적으로 정당화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에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자녀로 추정되는 인물들도 공개돼 김씨 가문의 4대 세습 구도가 구체화되고 있다.
정 센터장은 “김정철의 등장은 가문 전체의 역사적 정당성과 핵 보유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맥락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며 “김정철이 가문의 역사 서사를 책임지는 비공식 기록자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철은 김정일의 둘째 아들이자 김정은 위원장의 친형으로, 김여정 부부장의 오빠다. 과거 ‘여성스럽고 권력욕이 없다’는 이유로 후계 구도에서 밀려났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러나 기타와 음악에 심취했던 그가 갑자기 핵 유산을 미화하는 글을 쓴 배경에 변화가 감지된다. 일각에서는 과거 김정은이 이복형 김정남을 제거한 것처럼 권력 승계에서 비켜선 인물은 제거해 왔지만, 김정철만은 예외로 남아 내부적으로 상징 자산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