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한미동맹이 현재 ‘조용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복귀할 경우 주한미군의 전략적 운용 방식에 대한 압박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차 석좌는 27일(현지시간) ‘한국의 다음 스텝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CSIS 온라인 대담에서 “아무도 제대로 말하지 않고 있지만, 지금 한미동맹은 조용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에너지부의 한국 ‘민감국가’ 지정, 고위급 한미 접촉의 부재, 무역 관세 문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아시아 순방 중 ‘한국 패싱’ 등을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차 석좌는 또 “엘브리지 콜비가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으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들은 거의 확실하게 한국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략적 유연성은 주한미군의 임무를 한반도 방어에 한정하지 않고 미국의 전략적 필요에 따라 역외 지역에도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운용 개념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할 경우 방위비 분담금 협상 문제, 북한과의 대치 등도 한미관계를 더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에 집중하면서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나왔다.
같은 날 상원 외교위원회 공청회에서도 유사한 우려가 제기됐다. 오리아나 스카일라 마스트로 스탠퍼드대 국제학연구소 연구원은 “한국은 중국과 대만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미군기지 15곳, 병력 2만8500명이 주둔 중”이라며 “대만해협 유사시 주한미군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국도 전략적 유연성에 동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 석좌 역시 이날 공청회에서 “대만과 한국에서의 기회주의적 침공을 억제하기 위한 선제적 방안이 필요하다”며 “미국은 차기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임무를 한반도 중심에서 동아시아 역내로 전환하는 재편에 동참하도록 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한편, 차 석좌는 한국의 정치 위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현 위기는 대선이 없는 한 해결되기 어렵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이후 직무에 복귀할 경우 거리와 국회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것이며, 정치적 에너지는 대통령의 권한 행사를 저지하는 데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