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에 동의할 가능성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북한인권이사회(HRNK) 주최 대담에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수용할 가능성은 털끝만큼도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2023년 9월 핵무력 정책을 헌법에 명시한 것을 그 근거로 들었다. 북한은 헌법에 “핵무기 발전을 고도화해 나라 생존권·발전권을 담보하고 전쟁을 억제하며 지역과 세계 평화·안정을 수호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헌법에 핵무력을 명시하면, 북미회담이 다시 열린다 하더라도 이를 어기면 위헌이 된다”며 “김정은도 법을 어기면서까지 비핵화를 추진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헌법에 포함시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이는 ‘비핵화는 불가능하지만 핵 군축은 가능하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북미 정상회담이 재개될 경우,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하면서도 핵 군축을 논의하는 형태로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류 전 대사대리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성사될 가능성은 낮지만, 대화는 이뤄질 것”이라며 “이를 통해 어느 정도의 위기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마무리짓지 못한 북미 핵 협상을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하지만 비핵화가 협상의 걸림돌이 될 경우, 핵 군축을 목표로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아직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화 제안에 응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 내 정세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류 전 대사대리는 “북한 외무성 내 미국 담당국 정세과는 24시간 미국 정세를 연구한다”며 “한쪽에서는 폭스뉴스를, 다른 한쪽에서는 CNN을 틀어놓고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하루 동안의 미국 정세를 요약해 간부들에게 보고하고, 최종적으로 김정은의 책상 위에 올라간다”며 “김정은은 북한에서 가만히 앉아 있어도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평양외국어대를 졸업한 후 시리아와 쿠웨이트 등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하다 2019년 가족과 함께 탈북했다. 그의 부친은 김일성의 호위 업무를 맡았고, 장인은 북한 지도부의 자금 관리를 담당했던 전일춘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