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이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저출산 기조가 지속될 경우 남북한의 인구 격차가 더욱 좁혀져 남한 주도의 통일이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보고서는 남북한의 인구비율이 현재 2대 1에서 2070년에는 1.65대 1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생산연령인구(15~64세)의 비율은 2020년 2.08대 1에서 2070년 1.29대 1로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남한의 통일 주도성이 약화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석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배포한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통일문제’ 보고서를 통해 저출산·고령화가 남북한 통일 과정과 통일 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 독일 통일 당시 서독과 동독의 인구 비율이 4대 1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남북한의 인구 차이는 훨씬 적다. 앞으로 남한의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질 경우 북한 인구가 남한보다 많아질 가능성도 있으며, 이에 따라 남한이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통일을 주도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일 후 인구 부담, 독일보다 심각
2030년 통일을 가정한 인구 변동 분석 결과에 따르면, 통일 후 한국의 생산연령인구 비율은 67.3%에서 2060년 52.6%로 급감하는 반면, 고령인구 비율은 21.5%에서 38.9%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독일의 경우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통일 후 30년간 독일의 생산연령인구 비율은 69%에서 64.3%로 5%p 하락한 반면, 통일한국은 같은 기간 15%p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반대로 고령인구 비율은 독일이 14.9%에서 22%로 증가한 것과 비교해, 통일한국은 21.5%에서 38.9%로 17%p 이상 상승할 전망이다.
이 같은 변화는 남북한 모두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면서 통일 이후에도 인구 감소 및 고령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임을 시사한다. 특히 북한 주민 상당수가 남한의 사회적 영향을 받아 출산율이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경제적 부담 가중… 北 주민 유입이 변수 될 수도
통일 이후에도 북한 지역은 오랜 기간 저소득 지역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 남한의 경제활동 인구는 고령층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을 위한 이중의 사회보장 부담을 감당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북한 주민 상당수가 노동시장에 유입될 경우, 남한의 인력 부족 문제를 일부 해소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사회적 통합을 위한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연구위원은 “남북한 및 통일한국의 인구를 계산하며 통계청의 중위 추계 시나리오를 적용했는데, 현실에서는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남한의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만큼, 통일 과정에서 남한이 주도권을 행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통일이 늦어질수록 남한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커지며, 남한의 통일 주도 가능성이 낮아질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따라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과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