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피해자 아리모토 케이코 씨의 아버지 아리모토 아키히로 씨가 17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대. 이로써 일본인 납북 피해자의 부모 세대 중에는 단 한 명만이 남게 됐다.
아리모토 씨는 40년 동안 딸을 되찾기 위한 구명 활동을 지속해 왔다. 부인 카요코 씨가 2019년 9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납북 피해자 송환을 촉구해 왔다.
1983년 10월, 당시 23세였던 아리모토 케이코 씨는 영국 단기 연수 중 유럽 여행을 하던 중 덴마크에서 마지막으로 소재가 확인된 후 실종됐다. 5년 후 북한에서 가족들에게 “케이코 씨가 북한에서 살고 있다”는 내용의 편지가 전달됐고, 2002년 북한은 일본인 납치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그러나 케이코 씨를 포함한 8명은 이미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북한으로부터 받은 유골이 피해자 가족의 DNA와 일치하지 않는 등 북한의 주장이 여러 차례 신빙성을 잃으면서, 아리모토 씨를 비롯한 가족들은 딸이 여전히 살아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리모토 씨의 사망 후, 유족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아버지는 우리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애쓰셨지만, 그의 유지를 이어받아 케이코 씨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 정부가 공식 인정한 납북 피해자 17명의 부모 세대 중 현재 생존자는 1977년 13세의 나이로 납북된 요코타 메구미 씨의 어머니, 요코타 사키에 씨(89) 단 한 명뿐이다.
요코타 씨는 17일 기자회견에서 “이제 나 혼자 남았다는 사실이 허무하게 느껴진다”며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두고도 왜 조금도 진전이 없는지, 아리모토 씨도 그런 아쉬움을 안고 떠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아리모토 씨의 사망 소식에 애도를 표하며, “하루라도 빠른 납북자 귀국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방일할 경우 납북 피해자 가족과의 면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시바 총리는 북한 내 일본 연락사무소 설치 구상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납북 피해자 가족 단체들은 “북한 정권이 사무소 운영의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 가족들은 “연락사무소 설치보다 일본과 북한 간 정상회담을 통한 직접적인 해결이 더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