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납치 문제는 북한이 저지른 대표적인 인권 침해 사안중 하나이자, 현재까지도 긴급히 해결되어야 할 과제이다. 피해자 가족을 지원하고 국제사회에 정보를 발신해온 단체가 바로 “Sukuukai(救う会)”이며, 그 회장을 맡고 있는 니시오카 츠토무(西岡 力) 교수는 한국과 북한 지역 연구의 전문가로서 학문적 지식과 시민사회 활동을 결합해 오랫동안 활약해왔다.
이번 서면 인터뷰에서 필자(NKNGO Forum 대표 송원서)는 니시오카 회장에게 북한 관련 활동에 뛰어들게 된 계기, 납치·핵·미사일 문제를 포함한 북일 관계의 전망, 그리고 이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하에서는 그와의 질의응답 내용을 정리하면서, 필자의 견해를 덧붙여 소개하고자 한다.
납치 문제에 뛰어든 배경
니시오카 회장이 북한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여하게 된 것은 1997년에 고(故) 요코타 메구미 양 납치 사건이 크게 보도된 시기가 시작점이었다고 한다. 그 무렵 피해자 가족들이 결성한 ‘가족회’를 지원하기 위해 자발적 후원자들이 ‘구출회(Sukuukai)’를 조직했고, 니시오카 회장은 그 창립 멤버가 되면서 납치 문제 대응에 깊이 뛰어들게 되었다.
그는 원래 한국·북한 지역연구 전공자로, 국제기독교대학(ICU)을 졸업하고 쓰쿠바대학 지역연구과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이후 연세대학교에서 유학하고, 주한일본대사관 전문조사원, 잡지 「현대코리아(現代コリア)」 편집장, 도쿄기독교대학 교수를 거쳤다. 현재는 레이타쿠대학(麗澤大学) 특임교수이자, 모랄로지(モラロジー) 도덕교육재단 도덕과학연구소 교수·역사연구실장, 역사인식문제연구회 회장을 겸하고 있다. 학자이자 시민운동가로서의 정체성을 함께 지닌 그는, 일본인 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김정은 정권의 현주소와 3대 세습 체제의 미래
니시오카 회장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에서 김정은 정권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주민들이 외부 정보를 통해 한국 사회의 풍요와 자유를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20년 넘게 지속된 탈북민 및 인권단체의 라디오 방송, 전단 살포 등으로 북한 내부에 유입되는 정보가 늘어나면서, 주민들의 의식이 체제 선전에만 의존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김정은 위원장은 최근 들어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에 대해 부분적으로 비판 내지 부정적 발언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니시오카 회장은 전한다. 전통적으로 ‘수령가문의 권위는 절대적’이라는 공식을 지켜온 북한에서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3대 세습의 정통성을 일부라도 부정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 만큼 체제 유지에 곤란을 겪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주민 의식이 변할수록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북 국교 정상화의 전망과 납치 문제의 우선순위
니시오카 회장은 일본과 북한 간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납치 문제와 핵·미사일 문제가 동시에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납치 문제는 일본 국민 정서에서 절대 양보하기 어려운 사안으로, 피해자 전원이 귀국하지 않은 상태에서 북측과의 정식 외교관계 수립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납치 피해자의 부모 세대는 고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어, 시간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점에서 긴박함이 크다. 니시오카 회장은 “부모 세대가 살아 있는 동안 전원 귀국을 이루지 못한다면 인도적 지원, 제재 해제, 경제협력 등도 전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라고 못박는다. 이것이 일본 정부와 구출회가 지키고 있는 확고한 기준이며,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는 핵심 원칙이다.
북한 내부 변화와 한반도 통일 가능성
니시오카 회장은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가 ‘자유통일’로 가는 결정적 열쇠를 쥐고 있다고 본다. 북한 주민이 김씨 일가 체제에 대한 불만과 한국으로의 동경을 표출할수록, 체제 변화 혹은 붕괴의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내부의 정치적 혼란이나 통일 비전 부재로 인해, 이러한 역사적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그는 ‘한국 주도의 자유통일’이야말로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은 물론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최선의 시나리오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일 양국이 과거사 문제에 발목을 잡히지 않고, 1965년 체결된 한일 기본조약과 협정으로 ‘모든 문제는 해결되었다’는 원칙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탈북민 및 인권단체를 적극 지원함으로써, 북한 내 정보 유입을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국제정세와 납치 문제
미국 정부의 정권 교체는 북한 이슈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는 북한을 압박하는 강경한 태도가 부각되었고, 미국이 북핵 폐기를 위해 국제사회를 묶어 세우는 동안 납치 문제도 주목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실질적 해결로 직결될 만한 큰 진전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도발을 용납하지 않는 국제사회의 기조를 형성하는 데 있어 미국의 역할은 중요하다. 니시오카 회장은 일본이 미국 등 주요 국가와의 공조 체제를 강화해, 핵·미사일 문제뿐 아니라 납치 문제도 함께 거론하도록 외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안한다.
Sukuukai(구출회)의 향후 전략과 국제 공조의 필요성
2023년 2월 16일, 구출회(Sukuukai)는 새로운 활동 방침을 발표하며 모든 납치 피해자의 ‘즉시·일괄 귀환’을 다시 한번 최종 목표로 명시했다. 피해자 가족들이 고령화로 시간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임을 강조하고, 국내외 홍보 활동을 강화해나가겠다는 구상이다.
니시오카 회장은 납치 문제가 장기화될수록 대중의 관심이 식기 쉽다는 점을 경계한다. 젊은 세대에게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알리고, 유엔이나 각국 정부를 통해 북한 인권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 국제사회의 압박을 유지해야 북한 정권이 움직일 여지가 생긴다고 주장한다.
맺음말
이번 서면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듯, 북한 내부의 급변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음에도, 한반도 통일과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연대가 필수라는 점이 더욱 부각된다. 니시오카 교수가 지적했듯, 한국 내부의 정치적 분열과 한일 관계의 소원함이 심화되면,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가 주는 ‘역사적 기회’를 놓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지닌 한일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 중국·러시아를 포함한 동북아의 힘의 균형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안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은 “납치 피해자 전원 귀환 없이는 북측과의 국교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한국은 자유와 인권이 존중되는 한반도의 미래상을 제시하며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한 공조야말로 김정은 체제의 붕괴 혹은 급변 사태에 대비하는 데 있어 큰 힘이 될 것이다.
결코 과거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 북한의 인권 침해와 군사적 위협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며, 그 복잡성과 긴급성은 계속되고 있다. 구출회(Sukuukai)의 활동과 니시오카 회장의 분석을 주시하면서, 납치 문제 해결과 한반도 자유통일을 향한 걸음이 조금씩이라도 앞당겨지길 기대한다. 국제사회와 시민단체, 각국 정부가 협력해 강한 ‘공동 행동’을 펼친다면, 납치 문제와 자유통일의 실현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송원서
NKNGO Forum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