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금강산 내 남측 자산인 이산가족면회소를 철거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한 지 약 5년 만에 마지막 주요 시설인 면회소까지 철거하고 있는 것이다.
13일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정부는 이산가족 상시 상봉의 염원을 담고 있는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북한이 철거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남북이 합의해 설치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북한이 일방적으로 철거하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이산가족의 염원을 짓밟는 반인도주의적인 행위이며 우리 국유재산에 대한 중대한 침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산가족면회소는 남측 정부가 운영 주체이며, 건설에 550억 원의 세금이 투입됐다. 이 시설은 2003년 남북적십자회담에서 건설이 합의된 뒤 2005년 착공되어 2008년 완공됐으나, 같은 해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발생으로 개소가 보류됐다. 이후 북한은 2010년 4월 면회소를 동결·몰수한다고 발표했으며, 2018년 평양공동선언에서 복구 합의가 이뤄졌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정부는 북한이 지난해 연말부터 철거 준비를 하고 있음을 포착했으며, 현재 건물 외벽 타일과 부속건물 벽체를 허무는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에는 남측 소유의 소방서 건물을 철거했으며, 이번 면회소 철거가 마무리되면 금강산 내 남측 주요 시설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금강산 시설 철거는 2019년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자력갱생’ 노선을 천명하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김 위원장은 금강산을 방문해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했고, 이에 따라 2022년부터 철거 작업이 이어졌다.
통일부는 “법적 조치와 국제사회 협력 등 가능한 대응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현재 남북 대화가 단절된 상태라 실질적인 대응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