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조선학교를 둘러싼 법적 지위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근 조선대학교는 창립 70주년을 맞아 ‘조선학교의 법적 지위를 다시 생각한다’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조선학교를 둘러싼 차별과 인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교육권과 소수민족의 문화 보존은 존중받아야 할 가치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재일동포 자녀들이 자신의 언어와 문화를 배울 권리 역시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조선학교 문제가 수십 년째 해결되지 않는 근본 원인은 단순히 교육권 문제가 아니라 학교 운영과 북한과의 관계에 대한 사회적 신뢰 부족에 있다는 점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조선학교는 오랫동안 북한의 대외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일본 정부와 법원도 여러 차례 이러한 관계를 판단 근거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으며, 이로 인해 고교무상화 대상 제외와 각종 지원 정책에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북한은 현재도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고 있으며, 일본인 납치 문제 역시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일본 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한 현실에서 조선학교가 북한과의 정치적 연관성을 유지하는 한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는 쉽지 않다.
조선학교가 진정으로 민족교육기관임을 인정받고 안정적인 법적 지위를 확보하기 원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북한과의 정치적·조직적 관계를 명확히 정리하는 것이다. 교육기관은 특정 국가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공간이어야 한다.
세계 각국의 해외 민족학교들도 대부분 거주국의 교육제도와 법률을 존중하면서 독립적인 운영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계 학교나 중국계 학교, 유대인 학교 역시 민족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특정 정부의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려 노력한다.
조선학교도 이러한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북한 체제를 옹호하거나 정치적 상징을 교육현장에 유지하는 한 일본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렵다. 정치와 교육은 분리되어야 하며, 학생들은 이념이 아닌 미래를 배워야 한다.
재일동포 사회 역시 변화하고 있다. 한국 국적과 일본 국적을 가진 동포가 증가하고 있으며,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 변화 속에서 과거 냉전시대의 운영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현실과도 맞지 않는다.
조선학교가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교육기관으로 남기 위해서는 북한및 총련과의 관계를 과감히 청산하고, 일본 사회와 국제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독립적인 민족교육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것이 학생들의 교육권을 지키는 길이며, 재일동포 사회의 미래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