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 패소 판결이 2심에서 뒤집혔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6부(김인겸, 이양희, 김규동 부장판사)는 5일 강제동원 피해자 배모씨 외 4명이 일본 니시마츠건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배씨에게 2천만 원, 나머지 4명에게 각각 1천3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소송에서 주요 쟁점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 문제였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권은 불법행위를 인지한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되지만, 청구권 행사에 장애 사유가 있으면 그 사유가 해소된 시점부터 3년까지 청구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1심 법원은 2012년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처음으로 법원에서 배상 청구권을 인정받은 시점을 기준으로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2심 법원은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피해자들이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장애 사유가 해소되었다고 보아 소멸시효를 그때로부터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023년 12월,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까지는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고 명확히 밝혔다. 이에 따라 최근 법원들은 같은 취지의 판결을 잇달아 내리고 있다. 지난 7월과 8월에도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청구권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민족문제연구소 김영환 대외협력실장은 “대법원이 2018년 10월을 소멸시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판례가 굳어졌고, 그에 따른 판결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일본 기업들이 대법원에 상고하지 말고 신속하게 배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