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 총리 후쿠다 야스오, 관동대지진 한국인 학살 ‘한일 공동 조사’ 제안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일본 총리가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발생한 조선인 학살을 “역사적인 사실”로 인정하며, 한일 양국이 함께 공동 조사를 실시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후쿠다 전 총리는 2024년 9월 1일, 도쿄 주일한국문화원에서 열린 ‘101주년 관동대진재 한국인 순난자 추념식’에 참석해, 한국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사람들은 간토 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에 대해 잘 모른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일본 정부가 그동안 관동대지진 당시 6600여 명의 조선인 학살을 부인해 온 상황에서 전직 일본 총리가 이를 사실로 인정한 첫 사례다.
후쿠다 전 총리는 “역사적인 사실이기 때문에 한일 공동 조사가 필요하다”며, “정확한 역사 기록이 필요하며, 일본인을 위해서라도 솔직한 조사가 진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일본의 자민당 출신 전직 총리가 관동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최초의 사례로, 한일 역사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제안한 것이다.
관동대지진은 1923년 9월 1일 오전 11시 58분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7.9의 대지진으로, 약 1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30만여 채의 가옥이 화재로 소실되었다. 당시 “조선인이 불을 지르고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6600여 명의 조선인이 무참히 학살당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여전히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기록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추념식에는 후쿠다 전 총리 외에도 공명당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와 나가시마 아키히사 일한의원연맹 안보·외교위원장 등이 참석해 조선인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추도식은 재일동포들과 일본 정치권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으며, 참석자들은 희생자들을 기리며 묵념을 올렸다.
추도식에서 박철희 주일 대사는 “있는 그대로의 과거를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추도하며,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수원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도쿄본부 단장도 “과거 사건에서 교훈을 얻어 민족 간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추념식에서는 재일동포 2세로 평창 겨울 올림픽 음악감독을 맡았던 양방언 씨의 추모 연주도 진행되었다. 그는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간토 대지진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