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전략서(NDS) 발표 직후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이 한국과 일본을 연이어 찾은 배경을 두고 동맹의 성격 변화를 둘러싼 해석이 확산되고 있다. 김동엽 교수는 최근 SNS에서 이번 행보를 가치·이념 중심의 한미일 협력 강화로 보는 시각은 오독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콜비 차관의 방문은 NDS를 “이렇게 읽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교육에 가깝다. 미국이 모든 것을 책임지는 시대는 끝났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손을 떼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압박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한국을 향해 “오독하지 말라”는 경고의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핵심은 역할 분담형 안보 체계로의 재편이다. 미국이 본토와 서반구에 전략적 자원을 집중하는 가운데, 동아시아와 인도태평양에서 동맹의 1차 책임을 명확히 하려는 흐름이 확인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한반도 억지의 1차 담당은 한국, 중국 억제의 전방 기지 역할은 일본이 맡고, 미국은 결정적 순간에만 개입하는 구도다. 김 교수는 이를 “한국에는 북한은 당신들 책임, 일본에는 중국은 당신들 역할, 미국은 결정적 순간 개입”으로 요약했다.
이 같은 접근은 미·중 경쟁 관리와 충돌 회피를 전제로 한 동맹 기대치 조정과 맞물린다. 미국이 끝까지 간다는 동맹의 기대를 낮춰야 미·중 간 관리 가능한 질서를 설계할 수 있고, 그래야 미국이 중국과 거래할 공간이 생긴다는 현실주의적 계산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디센트 피스’를 도달점이 아니라 미국 단극 패권 질서 피로가 문서화된 증상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콜비 차관의 방한·방일은 설득이나 위로, 설명이나 협상이 아니라 “미국은 이렇게 간다. 너희는 어디까지 할 수 있나”라는 질문을 강요하는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동맹이 스스로 1차 책임을 받아들여야 미국의 전략적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논리다.
관건은 한국의 선택이다. 1차 책임 국가라는 지위를 전략으로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기존 확장억제 담론에 매달린 자기기만이나 ‘미국이 손 뗀다’는 과잉 반응 속 자강의 왜곡으로 흐를지, 아니면 전략적 자율성 확대를 전제로 외교안보 전략을 재설계할지의 기로에 섰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위험 분담이 요구되는 만큼 상응하는 청구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시작전권 환수와 남북관계에서의 자율성, 특히 유엔사 구조가 부과하는 제약 해소가 핵심 요구라는 주장이다. “한반도에서 1차 책임을 지겠다. 대신 위기관리와 평화 설계에서 한국의 재량과 전략적 자율성의 공간을 인정하라. 그렇지 않다면 동맹의 현대화는 위험의 일방적 이전일 뿐”이라는 메시지다.
이번 방문은 동맹의 현대화를 둘러싼 불편한 질문을 한국 사회에 던지고 있다. 답을 미룰수록 전략 선택의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