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시기 국가정보원이 김정은의 서울 답방을 대비해 고가의 별장과 요트, 제주 연회장 건립 계획까지 추진했다는 전직 국정원 고위 간부의 증언이 공개됐다.
전직 국정원 고위 간부 A씨는 2019년 6월쯤 서훈 당시 국정원장의 최측근 지시로 파주에 위치한 별장을 16억 원에 매입했다고 밝혔다. 해당 건물은 시가 6억~8억 원 수준이었지만 웃돈을 얹어 매입됐으며, 지번까지 지정된 상태에서 구매 지시가 내려졌다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별장 내부에는 6천만 원짜리 고가 탁자가 비치됐고, 이 역시 특정 간부의 직접 지시로 구매됐다. 당시 국정원 내부에서는 과도한 지출이라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고 한다.
국정원은 김정은 일행을 해상 관광에 초대하기 위해 6억~7억 원 상당의 중고 요트도 구입했다. 해당 요트는 인천 송도에 정박돼 있으며, 현재는 직원 훈련용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관리비는 약 4천만~5천만 원 수준이다.
김정은 답방 시 주요 방문지로는 파주, 강원 고성, 제주도가 검토됐다. A씨는 제주도에 연회장과 숙소를 새로 짓는 데 220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고, 고성에도 약 50억 원을 투입해 숙소를 마련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정은의 답방이 무산되면서 이 계획은 실행되지 않았다.
제주도는 김정은 외가와 관련된 지역이다. 김정은의 외조부 고경택과 외증조부의 묘가 과거 제주 봉개동에 조성돼 있었던 사실이 2014년 보도로 알려진 바 있다. 이후 묘는 언론 노출을 이유로 이전됐다.
A씨는 이런 사실을 공개하게 된 계기로 2019년 11월 발생한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들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 답방을 성사시키기 위한 성의 표시 차원에서 귀순 어민을 북한으로 돌려보냈다고 판단했고, 이를 인간 생명을 정치적 거래 대상으로 삼은 행위로 봤다고 밝혔다.
당시 동해로 넘어온 북한 어민 2명은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정부는 이들을 동료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라며 북한으로 송환했다. 이들은 판문점을 통해 북송됐고, 이후 처형됐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 사건을 반인권적 조치로 비판해 왔다.
전직 국정원 직원 B씨도 당시 북송 결정이 문제였다고 증언했다. 그는 대북 부서에서 근무하던 시절 강제 북송 지시에 반발했으며, 이듬해 국정원을 떠났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 어민들이 실제 살인범이 아니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이들이 원산·갈마 해안 관광지구 건설 돌격대 소속 노동자였고, 가혹한 노동과 김정은 비판 격문 작성으로 처형 위기에 몰려 탈북했다는 설도 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의 서울 답방에 합의한 이후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2020년 신년사에서도 답방 여건 조성을 언급했지만, 임기 말까지 김정은의 방한은 실현되지 않았다.
국정원은 A씨의 증언과 관련해 “보안상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