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5일(현지시간)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 북한이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앞선 정부들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비핵화 목표를 전략 문서 최상단에 올렸던 것과 뚜렷하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북한 비핵화, 확장억제 제공 등 한반도 안보와 직결된 문구 역시 빠졌다.
NSS는 차기 국가안보 정책의 나침반으로 기능하는 문서인 만큼, 이번 누락은 미국의 외교·안보 우선순위가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낳고 있다.
워싱턴 한반도 전문가는 이번 조치가 한국과 일본에서 “미국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하는 반응을 전했다. 반면 북미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을 염두에 둔 “외교적 유연성 확보”라는 해석도 병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집권 1기 동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 차례 만났고, 2기 출범 이후에도 대화 의지를 여러 차례 표명해왔다. 일각에서는 NSS에서 북한을 배제한 것이 향후 협상 여지를 열어두기 위한 신호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다만 북한 핵 위협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전략문서에서조차 북한이 빠진 것은 미국의 관심 축이 한반도에서 멀어졌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이번 NSS는 대신 중국·대만·남중국해·경제안보에 방점을 찍었다. 중국에 대해서는 “상호성과 공정성에 기반한 경제관계 재조정”을 선언했고, 대만해협 현상 변경에 반대하며 “제1도련선에서 침략을 저지할 수 있는 군대 구축”을 명시했다. 남중국해 장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함께 담았다.
2022년 바이든 행정부 NSS가 ‘미중 전략경쟁에서 승리’를 강조했던 것과 달리, 이번 문서는 ‘균형·상호 이익’이라는 표현을 병기하며 톤을 조절한 모습이다. 그러나 희토류 수출통제, 산업보조금, 불공정 무역 등 중국을 겨냥한 항목은 구체적으로 열거해 견제 의지는 유지했다.
확장억제 관련 표현이 사라진 점도 주목을 받는다. 다만 미국 본토 방어와 핵억지력 현대화, 이른바 ‘골든돔’ 구축 의지를 적시해 자국 중심의 방위 태세 강화가 핵심 방향임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곧 발표될 국가방위전략(NDS)에서 북한 관련 내용이 보완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NSS에서의 삭제 자체가 동맹국이 받아들이는 상징적 신호라는 점에서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