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어그램 코칭을 통한 탈북여성의 내면심리 치유’ 발표… 마음경영학회 학술회의서 부부 공동논문
탈북민의 정착과 심리 치유를 주제로 한 마음경영학회 학술회의에서 서재진 조수연부부가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이 관심을 끌고 있다. 논문 제목은 ‘에니어그램 코칭을 통한 탈북여성의 내면심리 치유’. 통일연구원 퇴직 연구자와 에니어그램 전문 코치인 아내가 함께 수행한 이 연구는 탈북여성들의 감정정체(Emotion Block)를 풀어내는 통합 코칭 사례를 담고 있다.
연구자는 처음에는 발표 제안을 거절했지만, 마음경영학회 강은주 학회장의 간절한 요청과 탈북자 치유에 대한 학문적 시도의 취지에 공감해 수락했다. 연구의 실마리는 아내가 과거 수행했던 탈북여성 대상 그룹코칭 보고서였다. 아내는 에니어힐링센터를 운영하며 탈북민 지원단체 새조위(새로 하나된 조국을 위하여)와 협력, 10여 명의 탈북여성을 대상으로 통합치유 코칭을 진행한 경험이 있었다.
논문은 매슬로의 욕구단계설과 동독 정신과 의사 한스-요하임 마즈의 저서 『싸이코의 섬』에 나오는 감정정체 개념을 분석틀로 삼았다.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빈곤의 체제에서 발생한 감정정체가 남한 사회 적응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점을 전제로, 이를 해소하기 위한 심리적 통합과정을 코칭 사례를 통해 제시했다.
코칭 과정은 참가자들이 에니어그램 원리에 기반한 8개의 만다라 화지를 선택하고, 색칠하거나 직접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시작된다. 이어 코치는 공감, 질문, 격려의 대화로 참가자의 내면 서사를 풀어가며, 때로는 ‘격려의 시’를 직접 써주며 회복을 돕는다.
논문에서 소개된 시 일부는 다음과 같다.
<당신은 자유입니다>
쇠창살 속에서 끝없이 떨어지던 날들
1월 1일 새벽, 뒤쫓는 어둠의 무리 제치고
죽어라 달려 나온 길
그토록 그리던 자유, 사람으로 살아있을 그날
이제 봄날입니다.
모진 겨울 밀어낸 따뜻한 햇살,
꽃샘추위도 지나고 저만치 미풍 붙어오는
그토록 그리던 봄날입니다.
이제 봄을 사십시오.
당신은 자유입니다. 당신은 아직 젊어요.
당신은 아름다워요. 당신은 힘이 있어요.
<그대의 빛을 비추세요>
그대는 빛이다.
어둠의 땅 뚫고 나온 민들레
어둠이 없었다면 그 빛도 없으리
그대는 독특한 빛깔
그대가 지나온 어둠은 특별하다
그 빛깔 또한 특별한 아름다움
그 자리에서 그대의 빛을 비추세요
그대는 아름다운 영혼입니다.
이 논문은 탈북여성들의 트라우마를 단순한 적응문제가 아닌 ‘감정의 정체와 해소’의 문제로 바라보며, 코칭과 예술적 표현이 통합된 접근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연구자는 “오랜 세월 통일 문제를 다뤄왔지만, 이번엔 마음의 통일을 주제로 삼았다”며 “탈북민이 자신의 감정을 언어화하고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힘을 되찾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통합의 시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