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평양과 판문점을 잇는 평양~개성 고속도로에서 대규모 보수 및 미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움직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미북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주부터 평양~개성 간 약 170㎞ 구간의 왕복 4차선 고속도로 전 구간에서 포장 보수, 차선 도색, 도로변 조경 정비 등 전면적인 관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해당 도로는 평양 락랑구역에서 시작해 사리원을 거쳐 판문점 서쪽 3.5㎞ 지점까지 이어지며, 과거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이용했던 노선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최근 “판문점 북측에서 청소, 풀 뽑기, 화단 정리 등 미화 작업이 포착됐다”고 밝힌 데 이어, 이번에는 평양~개성 고속도로 정비까지 확인되면서 김 위원장의 남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30일 한국을 1박2일 일정으로 방문할 예정이며, 회담이 성사될 경우 양 정상의 만남은 방한 전후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회담 제안을 한 지 32시간 만에 성사된 바 있다.
한편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전격 방문한 것도 관심을 끈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미북정상회담 추진에 대한 러시아의 양해와 지원을 구하는 동시에, 협상 의제를 사전 조율하기 위한 외교 행보로 풀이하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은 “김정은이 최근 시정연설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요구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제기했다”며 “최선희의 방러는 이 메시지를 더욱 강화하라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회담이 성사된다면 장소는 2019년 회담 때 남측 자유의집을 사용했던 점을 감안해 북측 판문각이 유력하다. 다만 미국 측의 부담을 고려할 경우 군사분계선 위 유엔사 관할 T2 회의실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북한의 도로 정비와 판문점 청소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정황은 미북정상 간 ‘깜짝 회동’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