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시민단체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봄(봄·ポム·BOM)’이 최근 일본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시에 있는 조선초중급학교를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일본 내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 철폐와 한일 시민 간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로 이뤄졌다.
‘봄’은 2018년 12월 부산에서 결성된 단체로, 일본 정부의 조선학교 차별 정책에 항의하며 한국 사회에 조선학교의 현실을 알리는 활동을 지속해왔다. 이들은 일본 내 조선학교 학생들과의 교류, 지원 물품 전달, 일본 영사관 앞에서의 연대 시위 등 다양한 시민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번 시모노세키 방문에서도 ‘봄’의 회원들은 학교 관계자들과 만나 일본 정부의 고교무상화 배제,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중단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조선학교의 현실을 직접 확인했다. 단체 관계자는 “조선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대부분이 남쪽 출신 동포의 후손들”이라며 “같은 한민족의 아이들이 일본 땅에서 여전히 차별받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봄’의 방문에는 한국에서 오랜 기간 조선학교 지원 활동을 이어온 ‘몽당연필(ちびた鉛筆)’의 전 대표 권해효 씨도 함께했다. 학생들과의 기념사진에는 “조선학교는 분단의 상처를 넘어 평화와 공존의 상징”이라는 메시지가 담겼다.
조선학교는 해방 직후 일제에 의해 빼앗긴 언어와 문화를 되찾기 위해 재일조선인들이 자발적으로 세운 학교다. 그러나 1948년 ‘오사카 교육투쟁(阪神教育闘争)’ 이후 일본 정부는 조선학교를 ‘비인가 사립학교’로 분류하고 공적 지원에서 배제했다. 이로 인해 조선학교는 8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고교무상화 제도와 지방보조금에서 제외돼 있다.
일본 정부는 유엔 인권이사회로부터 여러 차례 조선학교 차별 시정을 권고받았지만, 아직 구체적 개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반면 한국 시민사회는 일본의 차별정책에 항의하며 조선학교 학생들을 지원하는 국제적 연대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봄’은 부산에서 매주 일본총영사관 앞에서 ‘조선학교 차별 반대 목요행동’을 벌이고 있으며, 마스크 모금 캠페인, 장학금 전달 등 꾸준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시모노세키 방문은 그 연대의 확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이다.
한편 ‘봄’의 한 회원은 “조선학교 문제는 단지 일본 내 재일조선인 사회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의 역사적 책임과 인간의 존엄을 묻는 문제”라며 “일본 시민사회가 이제는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방문은 한일 시민연대의 새로운 물결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봄의 이름처럼 따뜻한 ‘봄바람’이 차별과 냉전의 벽을 녹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