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9일 부산 UN평화공원에서 열리는 제4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특별 채화식 ‘평화의 불’ 오프닝 공연에 한국전쟁 참전용사 유준열(1936년생)이 나팔수로 초청됐다. 70년 전 소년병 나팔수로 전쟁터의 새벽과 밤을 알리던 그가, 전쟁의 상흔이 아닌 평화의 시작을 알리는 나팔을 다시 불게 된 것이다.
유준열은 15세에 강화군 선원면 냉정리 유격대로 입대해 한국전쟁에 참전한 소년병이었다. 전쟁이 끝난 뒤 정식 군복무를 마친 후에도 나팔병 보직을 맡아 매일 기상과 취침 나팔을 불렀다. 국가보훈처로부터 소년병 참전이 국가유공으로 인정된 그는 흑산도로 이주해 지난 20여 년간 섬 생활을 이어왔다.
이번 초청은 흑산도에서 우연히 촬영된 취침 나팔 영상이 부산의 문화 기획자 황성연 씨의 눈에 띄면서 시작됐다. 기획자가 해당 영상을 바탕으로 제안한 공연 기획서가 채택되며 유준열이 평화의 불 채화식 오프닝 나팔수로 선정된 것이다. 장애인체전을 평화의 나팔 소리로 여는 이례적인 결정은 행사에 깊은 감동을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전라남도 보훈청장은 영상을 계기로 흑산도를 방문해 유준열을 직접 찾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아울러 8월 15일 첫 개최되는 제1회 흑산도 영화제에서도 그가 하모니카 연주로 오프닝을 장식할 예정이다. 한편, 전국장애인체육대회는 10월 31일부터 11월 5일까지 부산 일원에서 약 1만2천여 명이 참가해 열린다.
흑산도의 통나무 펜션을 찾는 이들은 유준열을 만나 감사의 뜻을 전해볼 수 있다. 국가를 위해 두 번의 군복무와 소년병으로서의 참전을 감행한 그의 나팔 소리는, 이제 전쟁의 기억 대신 평화와 희망을 전하는 울림으로 다시 울려 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