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대미(對美) 외교안보 정책에서 서로 대립적 입장을 가진 ‘자주파’와 ‘동맹파’의 핵심 인물들을 동시에 요직에 배치하면서 정책적 혼선과 갈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 정부는 대미 협력 중심의 ‘동맹파’ 대표주자인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를 국가안보실장에 임명했고, 대북 화해협력을 강조하는 ‘자주파’ 대표인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을 국가정보원장에 기용했다. 양측의 대표적 인물이 같은 정부의 핵심 직책에 나란히 포진한 것은 한국 외교사에서 보기 드문 사례다.
‘자주파’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햇볕정책을 계승해 남북 화해와 한미 관계에서 ‘수평적 협력’을 추구한다. 반면, ‘동맹파’는 한미동맹의 공고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대북 강경책을 선호하며, 이라크 전쟁 당시 파병 규모 확대를 주장하기도 했다.
양 진영의 극명한 대립은 노무현 정부 때 최고조에 달했다. 2004년 외교부 북미국장 보좌관이 청와대의 자주파 정책을 비판하는 투서를 올린 사건으로 윤영관 외교부 장관이 경질된 바 있다. 당시 자주파는 이라크 파병 규모를 3천 명의 비전투병으로 제한하려 했고, 동맹파는 1만 명 이상의 전투병 파병을 주장하며 격렬히 충돌했다.
이런 역사적 배경에서 자주파 이종석과 동맹파 위성락이 한 팀으로 국가 안보를 책임지면서 ‘양손잡이 외교’가 실현될지, 아니면 정책 갈등으로 외교력 약화가 불가피할지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북한 문제 및 미·중 갈등 상황에서 자주파가 점차 목소리를 키울 수 있다는 경계론까지 제기돼, 이재명 정부가 두 갈래의 외교 노선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명확한 정책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