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연계된 사이버 범죄 조직이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5조 원대의 불법 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미국 재무부 발표를 통해 공식 확인됐다.
1일 뉴욕포스트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캄보디아 기반의 후이원(Huione) 그룹을 ‘1차적 돈세탁 우려 기관(Primary Money Laundering Concern)’으로 지정하고, 미국 금융망에서 차단하기 위한 제재 절차를 추진 중이다. 후이원은 전자결제 서비스(Huione Pay), 가상화폐 거래소(Huione Crypto), 불법 온라인 마켓(Haowang Guarantee) 등을 통해 사기 자금을 유통하고 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주로 사용한 사기 수법은 이른바 ‘돼지 도살(pig butchering)’ 방식이다. SNS와 데이팅 앱 등을 통해 피해자와 장기간 정서적 유대 관계를 형성한 뒤 가상화폐 투자 등 고수익을 미끼로 돈을 끌어모은 뒤 연락을 끊는 수법이다.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에 따르면, 후이원은 2021년 8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최소 40억 달러(약 5조 5천억 원)의 수익을 올렸으며, 이 중 일부 자금은 북한의 해킹 조직 ‘라자루스(Lazarus)’에 흘러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라자루스는 북한 정권의 사이버 전담 조직으로, 암호화폐 해킹, 랜섬웨어, 글로벌 금융기관 공격 등을 통해 국제 제재를 회피하고 외화를 조달해온 핵심 조직이다. 후이원의 본사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등록돼 있으나, 뉴욕포스트와 AP통신은 이 조직이 중국 기반의 사기 조직 및 송금 네트워크와도 밀접히 연결돼 있다고 전했다.
후이원이 사용하는 전자결제 시스템은 중국 본토 및 홍콩의 서버와 중개업체를 통해 운용되며, 일부 관계자는 중국과 직접 연계돼 있다는 점이 국제 수사기관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 캄보디아 정부는 지난 3월 후이원 페이의 금융 라이선스를 취소했다고 발표했지만,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들이 여전히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불법 투자 상품을 홍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에는 캄보디아 권력층과의 유착 의혹도 제기됐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상원의원이자 재벌 총수인 리용팟(Ly Yong Phat)을 인신매매 및 온라인 사기 연루 혐의로 제재하고, 미국 내 자산을 전면 동결했다. 이외에도 후이원 관련 사업에 캄보디아 총리의 친인척이 관여했다는 주장도 나왔으나, 캄보디아 정부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 금융 범죄를 넘어 북한의 사이버 작전, 중국 사기 조직, 동남아 권력층 유착이 결합된 국제적 복합 범죄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캄보디아 및 중국 정부에 보다 투명하고 실질적인 단속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