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88세를 일기로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인물이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깊은 애도부터 남북 평화 메시지까지, 한반도를 향한 교황의 관심과 위로는 전 세계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큰 울림을 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8월 한국을 첫 공식 방문했다. 당시 그는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기아자동차의 소형차 ‘쏘울’을 타고 환영 인파에 손을 흔들었다. 교황은 취임 초부터 “방탄차를 타지 않겠다”고 공언해왔고, 실제로 한국 방문 당시에도 “가장 작은 차를 타고 싶다”는 의사를 천주교 방한준비위원회에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빈자들의 친구’라는 별칭에 걸맞게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달고 일정을 소화하며, 인간의 고통 앞에서 중립은 있을 수 없다는 소신을 보였다. “리본을 떼는 게 좋겠다”는 주변의 권유에도 그는 “인간의 고통에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고 답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후에도 한국에 대해 지속적인 메시지를 보내왔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맞아 남북 공동입장을 축하하며 “올림픽 휴전이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밝혔고, 2023년에는 한국전쟁 휴전 70주년과 한-바티칸 수교 60주년을 맞아 각각 평화와 복음 확산에 대한 희망을 전했다. 또 올해 3월에는 대형 산불 피해를 입은 한국 국민에게 위로 메시지를 보내 “부상자와 구조대원을 위해 기도하며 위로와 치유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임 기간 내내 겉치레를 배격하고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를 강조한 교황으로 기억된다. 한국 방문 당시 보여준 검소한 의전과 소외된 이들을 위한 기도는 그의 진심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순간이었다.
교황청은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이 삶 전체를 하느님과 교회를 위해 바쳤다”며 그의 선종을 공식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