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고구려 설화를 다룬 애니메이션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후속편을 최근 방영하며 역사 애니메이션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선중앙TV는 지난주 해당 애니메이션의 3D 리메이크판 7·8부를 연속 방영했다. 1990년 제작된 단편 원작을 2023년부터 새롭게 연속편으로 재구성하기 시작한 북한은 이번 작품을 통해 고구려와 낙랑국 간의 갈등을 극화했다. 낙랑공주의 배신, 사랑과 충절의 대립 같은 서사가 중심이다.
북한의 만화영화 산업은 김정일 집권기 크게 발전했다. 특히 1초에 24컷을 사용하는 고급 작화로 미국 디즈니 수준의 기술력을 내세우며 해외 하청을 통한 외화벌이에도 적극 나섰다. 김정은 시대에도 4.26 만화영화촬영소를 거점으로 3D 그래픽 기반의 작품 제작을 지속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고구려 반침략 서사를 다룬 ‘소년장수’가 있으며, 김정은 지시에 따라 50회에서 100회로 확대 제작됐다. ‘고주몽’ 등 고구려를 주제로 한 역사물 제작도 활발하다.
연출자인 윤주성은 “사랑과 충절을 통해 조국 수호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라고 밝히며, 이러한 작품들이 애국심 고취를 위한 정치적 목적임을 시사했다.
이외에도 ‘영리한 너구리’, ‘교통질서를 잘 지키자요’ 등 어린이 대상 교훈적 콘텐츠도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전영선 건국대 교수는 “북한은 전문 인력을 상시 투입해 디지털 애니메이션 제작 역량에서 일정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독창적인 캐릭터 창출이나 세계적 스토리텔링 역량에서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이러한 애니메이션들을 통해 체제 선전과 정통성 강화, 그리고 주민 교육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