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북한과 러시아의 위험한 공생을 부추기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에 포탄과 병력, 미사일을 공급하고, 그 대가로 실전 데이터를 비롯한 첨단 군사기술을 제공받으며 자국 군사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국제사회 제재망을 회피한 북러 간의 ‘전쟁형 교역’이 현실화되고 있다.
새뮤얼 퍼파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은 북러 관계를 “상호 약점을 보완해 이익을 주고받는 거래적 공생”으로 규정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포탄 부족에 직면했고, 북한은 이를 기회 삼아 수백만 발의 포탄을 공급했다.
러시아는 전쟁 초기 하루 최대 3만8000발의 포탄을 쏟아부었고, 우크라이나군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화력으로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러시아는 재고 소진과 생산 한계에 직면했고, 북한의 군수산업은 그 틈을 파고들었다. 북한은 이미 냉전기 구축한 군수공장을 통해 122㎜, 152㎜ 포탄과 다연장로켓탄을 대량 생산할 기반을 보유하고 있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3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방북 직후 군수공장들을 잇달아 시찰하며 생산 확대를 지시했고, 평안북도와 자강도의 일부 군수시설은 24시간 가동체제로 전환됐다. 그 결과 북한은 수백만 발의 포탄과 단거리 탄도미사일 수백 기를 러시아에 공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제공한 미사일은 KN-23을 포함해 러시아의 전선에서 실전 투입됐다. 북한은 실전을 데이터 축적 및 성능 개선의 기회로 활용하며, 우크라이나 전장을 사실상 무기 시험장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방공 능력 향상에도 힘을 얻고 있다. 퍼파로 사령관에 따르면, 러시아는 북한에 지대공미사일(SAM)과 레이더를 포함한 방공 체계를 제공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되는 제공 장비로는 S-300, 판치르(Pantsir)-S1, 토르(Tor)-M2 등이 거론된다.
S-300은 중장거리 요격능력을 갖춘 체계로 북한의 고고도 방어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 판치르-S1은 30㎜ 기관포와 지대공미사일을 결합해 저고도 무인기나 순항미사일 요격에 적합하며, 토르-M2 역시 기동성과 전자전 대응력이 뛰어난 단거리 방공체계다.
또한 첨단 탐지 장비도 이전될 가능성이 있다. 네보(Nebo)-M 장거리 레이더는 스텔스기와 탄도미사일 탐지가 가능하며, 감마(Gamma)-DE 레이더는 중고도 탐지에 효과적이다. 이는 북한의 방공망에 질적 변화를 일으키며, 한미 연합공군의 우위에 중대한 도전을 가할 수 있다.
북한은 러시아 전쟁에 자국의 재래식 무기를 보내고, 실전 데이터와 기술을 얻어 미래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전쟁을 지속할 탄약과 미사일을 얻고, 전장을 제공함으로써 북한에게는 실험장을 제공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제 단지 유럽의 문제가 아닌, 동북아 안보를 뒤흔드는 새로운 위험요소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