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인접한 동해 최북단 저도어장이 올해도 어민들의 조업을 위해 문을 열었다.
17일 강원도 고성군 거진항 인근 저도어장에서 조업이 시작됐다. 이 어장은 북방한계선(NLL)과 조업한계선 사이에 위치하며 북방한계선과의 거리가 불과 1.8㎞에 불과하다. 배로는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다. 민감한 군사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이 일대는 대문어, 대게, 해삼 등 다양한 어종이 잡히는 황금어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어민 260여 명과 어선 168척이 첫 조업에 참여했으며, 어업지도선과 해경정, 해군 고속정 등이 현장에 배치돼 안전 조업을 지원했다. 지난해에는 이 어장에서 8,800척이 출어해 총 87톤, 약 19억 원 규모의 어획량을 기록했다.
어민들은 해가 뜨기 전부터 어로한계선 인근에서 대기하며 좋은 어장을 선점하려 애썼다. 지난해부터 점호 방식이 기존의 시각 점호에서 무선통신을 통한 전자 점호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출항 절차는 더욱 간소화됐다.
조업을 마친 어민들은 대문어 약 4,800㎏을 위판장인 대진항에 옮겨 위판을 마쳤다. 어민들은 “기대보다는 다소 적었지만 만족할 만한 조업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김진태 강원지사도 새벽부터 거진항을 찾아 어민들을 격려하고 조업 현장을 점검했다. 어업지도선에 직접 탑승해 문어를 잡는 체험에도 나섰다. 강원도 측은 김 지사가 저도어장을 직접 방문한 첫 도지사라고 밝혔다.
김 지사는 “어민들의 고생을 현장에서 몸소 체험했다”며 “어민의 생명과 안전, 소득을 지키기 위해 도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저도어장은 매년 4월부터 12월까지 조업이 허용되며,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될 경우 출입이 통제된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북한이 남북 연결도로 일부를 폭파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고, 해경은 즉시 조업 어선을 철수시킨 바 있다.
강원도와 해경, 해군은 저도어장의 실시간 감시체계 강화를 포함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지난달부터는 신규 어업지도선을 추가 배치해 총 3척의 지도선을 운영 중이다. 도는 저도어장의 안정적인 조업 여건 조성과 어민 소득 증대를 위해 관계 기관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