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습격 실패 후 귀순해 목회자의 길 걸어
1968년 박정희 대통령 암살을 목표로 청와대를 기습하려다 실패한 이른바 ‘1·21 사태’의 북한 무장공비 중 유일한 생존자인 김신조 목사가 4월 9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3세.
서울 성락교회에 따르면 김 목사는 이날 새벽 세상을 떠났으며, 장례 절차는 유족과 교계 인사들의 협의 아래 조율 중이다.
고인은 1942년 함경남도 고원에서 태어나 조선인민군 정찰국 소속 특수부대원으로 활동했다. 1968년 1월 17일, 무장공비 31명의 일원으로 비무장지대를 넘어 서울로 침투했으며, 1월 21일 청와대를 습격해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는 것이 임무였다. 그러나 자하문 인근에서 경찰에 발각되며 총격전이 벌어졌고, 대부분의 공작원은 사살됐다. 김신조는 유일하게 생포돼 조사받은 뒤, 대한민국에 귀순했다.
귀순 후 안보 강연을 통해 북한 체제의 실상을 폭로하며 활동하던 김 목사는 1980년대 이후 목회자의 길을 택해 서울 성락교회에서 사역했다. 그는 신앙을 바탕으로 북한 청년들에게 자유의 가치를 전하고자 노력했다. 생전에는 다수의 강연과 인터뷰에서 남파 훈련, 귀순 후의 심경, 신앙적 각성을 토대로 북한의 현실을 알리는 데 힘썼다.
그는 “사람은 진실 앞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자신의 삶을 통해 분단과 이념 대립의 현실을 증언한 인물로 평가된다. 귀순 이후에도 지속적인 경계와 회의 속에서 신앙과 사명으로 살아온 김신조 목사의 삶은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 단면이자, 화해와 전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