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학교 제67회 졸업식이 9일 동교 강당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서는 정작 졸업생들이 새롭게 맞이할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 제시 없이 형식적인 구호와 의례적인 발언만이 반복되며 실질적인 의미를 찾기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졸업식에는 총련중앙 박구호 제1부의장 겸 조직국장, 송근학 부의장 겸 교육국장, 강추련 부의장 겸 녀성동맹중앙위원장을 비롯한 총련 관계자들과 대학 관계자, 학부모들이 참석했다. 졸업생은 학부 155명, 연구원 수료생 13명을 포함한 총 168명이었다.
행사는 개회 선언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교육성이 보낸 축전 랑독으로 시작됐다. 이어 박구호 제1부의장이 축하 인사를 전했지만, 그의 연설은 총련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는 정치적 수사에 치우쳐 있었고, 정작 졸업생들이 앞으로 맞이할 현실적인 문제나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박 제1부의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조국이 발전하고 있으며, 졸업생들이 ‘애족애국’의 정신으로 각 분야에서 혁신과 창조를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 ‘각 분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현실적으로 졸업생들이 어떤 사회적 역할을 맡게 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빠져 있었다.
이어 한동성 학장이 학사 보고를 진행했다. 그는 조선대학교가 “재일동포 자녀들을 우수한 민족 인재로 육성하는 유일한 대학”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졸업생들이 실제로 사회에 나가 어떤 기회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민족 교육의 긍지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졸업생들이 일본 사회에서 겪게 될 현실적인 문제들—취업, 사회 적응, 경제적 어려움 등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은 전혀 제공되지 않았다.
졸업식에서는 학장에 의한 졸업증 수여와 함께 공화국 교육성 표창, 총련중앙상임위원회 표창, 우수성적상 등의 표창이 전달됐다. 그러나 이는 매년 반복되는 행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졸업생 대표 박강수 학생이 ‘애족애국의 바통을 이어받겠다’는 내용의 결의를 발표했지만, 그 결의가 현실에서 어떻게 실현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은 제시되지 않았다.
행사의 마지막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드리는 편지가 랑독되었다. 그러나 졸업생들이 현실적으로 직면할 문제에 대한 논의는 없었고, 오히려 정치적 충성심을 강조하는 내용이 중심을 이뤄 일부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졸업식이 본래의 의미를 잃고 정치 행사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졸업식 후 진행된 축하 공연과 축하연은 다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행사 진행 방식에 아쉬움을 표했다. 문학력사학부 력사지리학과를 졸업한 민재동 학생의 어머니 리명옥 씨(51)는 “학생들이 우리 민족에 대해 깊이 배울 수 있는 유일한 대학에서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면서도, “앞으로 아이들이 어떤 사회적 역할을 하게 될지 구체적인 논의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경영학부를 졸업한 김지철 학생의 어머니 공봉순 씨(61)는 “아들이 축구부 주장을 맡으며 성장할 수 있어 다행이지만,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입학한 이 학생들이 졸업 후 일본 사회에서 자리 잡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안내가 부족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결국, 이날 졸업식은 ‘애족애국’이라는 구호를 반복하며 명목상 치러진 행사에 그쳤다. 졸업생들이 앞으로 맞닥뜨릴 현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과 논의 없이 형식적인 의례로만 진행되는 졸업식이 과연 얼마만큼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재일동포 사회에서 민족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앞으로는 보다 실질적인 진로 지원과 현실적 대책이 마련된 졸업식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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