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중국 관계의 구조적 변화는 있었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재임 기간 동안 강경책과 유화책을 병행하며 대중(對中) 외교 전략을 전개했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 경제 협력, 인도·태평양 전략(FOIP) 등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도, 아베는 현실적 접근을 통해 일본-중국 관계를 관리하고자 했다. 그의 대중 정책이 단기적 전술 변화에 그쳤는지, 아니면 일본-중국 관계의 구조적 변화를 유도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1. 강경책: 중국의 해양 팽창과 미·일 동맹 강화
아베 정권의 초기 대중 정책은 강경 노선에 가까웠다. 그는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견제하고, 일본의 안보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① 센카쿠 열도 문제와 해양 안보 대응
- 일본과 중국 간 최대 갈등 요인 중 하나는 센카쿠 열도의 영유권 문제였다.
- 2012년 일본 정부가 센카쿠 열도를 국유화한 이후, 중국 해경선과 군함의 활동이 급증했다.
- 아베 정권은 해상보안청을 강화하고,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확대해 중국의 움직임에 강경하게 대응했다.
② 집단적 자위권 확대와 방위력 증강
- 2015년 안보법 개정을 통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일부 허용, 미국 및 동남아 국가들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했다.
- 방위비를 증액하고, 미국산 무기(F-35 전투기, 이지스 어쇼어 미사일 방어 시스템 등) 도입을 늘리면서 중국과의 군사적 균형을 맞추려 했다.
- 남중국해 문제에서도 미국, 호주, 인도와 협력해 중국의 해양 팽창을 견제했다.
③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 전략 추진
- 아베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 전략을 내세우며, 미국·호주·인도와 협력해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했다.
- FOIP는 중국의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에 대한 대항 전략으로, 아세안 국가 및 아프리카에서 일본의 경제적·외교적 입지를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2. 유화책: 현실적 접근과 관계 개선 시도
강경한 대중 견제 정책을 펼치면서도, 아베는 경제·외교적 실리를 고려해 중국과의 협력 관계를 유지하려 했다.
① 경제 협력 유지와 정상 외교 복원
-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아베 정권은 2018년부터 대중 관계 개선을 적극 추진했다.
- 2018년 10월, 아베는 일본 총리로서는 7년 만에 중국을 공식 방문해 리커창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 일본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아베는 이를 고려해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유지하는 데 집중했다.
② 신(新) 실리 외교와 일대일로 협력 모색
- 초기에는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비판적이었으나, 2017년부터 일본 기업들의 참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며 협력 가능성을 탐색했다.
- 일본의 대(對)중국 직접투자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며, 기술 협력 및 환경 분야에서 협력 사업이 확대되었다.
3. 아베 신조의 대중 정책은 구조적 변화를 유도했는가?
아베 신조의 대중 외교는 단기적인 전술 변화 이상으로, 일본-중국 관계의 구조적 변화를 유도한 측면이 있다.
① 일본의 대중 전략 전환: 단순 경제 의존에서 지정학적 균형자로
- 과거 일본의 대중 외교는 경제적 협력 중심이었으나, 아베 정권 이후에는 안보·지정학적 요소가 더욱 강화되었다.
- 일본은 미국과 협력하여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경제 협력을 병행하는 ‘이중 전략’을 공식화했다.
② 미·중 대립 속 일본의 균형 외교 강화
- 아베 정권의 외교 정책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에서 일본의 입지를 확립하는 데 기여했다.
-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지 않으며 외교적 유연성을 유지했다.
③ 미·일 협력 속 일본의 독자적 외교 공간 확대
- 기존에는 미국의 대중 전략에 따라 일본이 움직이는 경향이 강했지만, 아베는 일본이 독자적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주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 FOIP 전략을 통해 동남아·인도와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일본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했다.
구조적 변화의 토대 마련, 그러나 완전한 전환은 아직
아베 신조의 대중 정책은 일본-중국 관계의 구조적 변화를 유도하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었다. 일본은 단순한 경제 협력국에서 벗어나, 안보·지정학적 차원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독자적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과 중국의 관계가 완전히 재편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제적 상호 의존도가 여전히 높고, 외교적 대화도 유지되고 있는 만큼, 양국 관계는 경쟁과 협력이 혼재된 상태로 남아 있다.
아베의 정책은 일본 외교가 보다 독립적인 전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만들었으며, 향후 일본의 대중 외교는 아베가 남긴 틀 속에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